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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차나 Jun 07. 2022

죽고 싶지 않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우울증 극복 출근기

오후 4시부터 떡볶이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업무 메신저에 요청, 확인 건이 빗발쳤지만 말이다.


월요일 같은 화요일. 분명 연휴를 앞두고 미리 할 일을 해뒀는데 마치 밀린 듯한 업무량이다. 소금을 잔뜩 머금고 짜게 절여진 장아찌처럼 마음이 쪼글쪼글해졌다.


급할 때 비상약을 찾듯, 지칠 땐 떡볶이를 찾는다. 입안에 넣는 순간 자극적인 매운맛이 에너지를 일으키고 이내 달달한 맛으로 진정시켜 준다.

여기는 지하철 입구 앞, 퇴근길에 종종 들르는 방앗간 같은 분식집이다. 이만 원어치를 시켜도 배달비를 내야 하는 요즘, 삼천 원짜리 떡볶이 한 접시를 팔아 주니 사먹는 입장에서 도리어 고맙다.


여기를 발견한 건 다닌 지 겨우 두 달 된 회사에서 같은 셔틀을 타는 바람에 조금 말을 튼 동료 때문이다. 지하철 입구를 앞에 두고 “전 여기서 좀 먹고 가겠습니다!” 씩씩하게 외치는 그를 따라, “저도 좀 먹고 가겠습니다”하고 따라붙었다.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가 가리키는 곳에 이전까지 발견 못 한 분식집이 있었기 때문이다.

떡볶이 친구가 된 그는 자신이 여러 직장을 다녔지만 여긴 특별히 업무량이 많은 곳 같다고, 또래 동료들끼리 내린 결론을 이야기했다. 그래도 또라이는 없는 곳이라는 다음 말까지 받아 나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맞아요. 정말 다행이에요.”


특별할 것도 없는 대답이지만, 내 말에 얼마나 큰 안도가 숨어져 있는지 그는 모를 것이다.


사람에 시달려 죽음을 생각했던 기억을 나는 버리지는  하지만  이상  쓰는 물건처럼 마음속 깊이 넣어 두었다.  시간을 잊지는 못하지만  이상 나는 죽고 싶지 않다. 마치 당연한  이어지는 안온한 일상이 소중하고 감사하다.


그와 나눠 먹었던 떡볶이 한 접시를 오늘은 혼자 해치우니 배가 가득히 부르다. 고팠던 속이 차면서 어느새 행복감이 올라온다.


업무량이 많아 힘들다지만 떡볶이로 잊히는 힘듦이라니 얼마나 다행인가. 떡볶이 한 그릇의 위로를 두둑이 안고 다시 퇴근길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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