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새벽사원

왓 아룬 두 번째 방문기

by 수아

2014년에 방콕에 다녀온 적이 있다. 나는 사원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유독 왓아룬(새벽사원)만은 기억에 남았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5분이면 둘러볼 작은 사원이지만, 거기서 보는 풍경이 유독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밖에.


두 번째 방콕 여행에서 사원에 갈 계획은 없었다. 그런데 같이 여행하기로 한 일행이 오기 전까지 하루라는 시간이 남게 되었고 어딜 갈까 고민하다 결국 다시 왓 아룬을 찾게 되었다. 입장시간을 알아보지 않고 갔던 터라 그랩을 잡고 헐레벌떡 달려갔고 다행히도 무사히 세이프.


한 번 왔던 터라 3분이면 다 볼 곳이었지만, 해가 질 때까지 가만히 앉아있었다. 4년 전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4년 간 어떻게 변해왔는지 반추해보며. 열기가 가시지 않아 따뜻한 바닥에 한참을 주저앉아 있었다. 2016년 말 즈음부터 방콕 이전의 여행은 비우기 위함이었다. 가지고 있는 잡념과 떨쳐지지 않는 미련을 비우기 위한 여행은 나를 아스팔트 바닥으로 눌러붙게 만들었다. 온 지구가 내핵에서부터 나를 끌어당기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채우기 위한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여전히 텅 비어 있는 그 마음에, 불안함이 가득한 그 마음에 적당히 비우고 적당히 채워넣는 여행이 되기를 바랬다. 더 이상 공허한 마음만이 남아 있는 사람이 되지 않고 싶어, 많이 먹고 많이 마시고 많이 웃으며 많이 즐거워할 거라고 다짐했다.


그래서, 첫 날 여기를 찾은 것은 행운이었다. 더 이상 혼자 있다고 외롭지만은 않았다. 잡념을 완전히 떨쳐버리지는 못했어도, 비어 있는 마음에 무언가를 채워 넣을 준비는 되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내 두 번째 방콕 여행은, 그 어떤 여행보다 여유로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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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가 또 방콕에 간다면 아마 또 찾아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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