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 한 번은 지금이었으면 좋겠다.
나에게 여행은, 도망쳐 떠나는 것에 가까웠다.
지금의 현실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계획되지 않은 행동. 그렇기 때문에 차분히 여행을 준비할 시간은 많지 않았다. 늘 닥쳐 짐을 꾸렸고, 비행기에 내려 계획을 세웠다. 그런 여행도 좋았지만, 질적으로 풍성했다고는 말하지는 못하겠다.
그랬던 내가,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목적지는 독일의 소도시 바이마르. 마음이 가까운 친구가 있는 곳이다. 그는 독일로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이마르로 오는 초대권을 만들어 보내주었다. 1년 반 넘게 묵혀둔 그걸 이제야 꺼내 든 이유는, 곧 친구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 '정말 갈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도 가겠다고 선언하고, 그로부터 두 달 후에 또 다른 친구의 성화 속에 비행기를 예매한 덕분에 정말로 약 50여 일 뒤 독일에 있을 예정.
그동안 상황이 많이 바뀌어 '못 가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불쑥 들었지만, 가서 티켓을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은 비행기에 몸을 실을 예정. 덕분에 처음으로 유럽이란 곳에 발을 디딜 수 있을 것 같다.
방금, 공항에서 바이마르로 가는 기차를 끊었다. 적은 돈이지만 환불이 안 된다는 말에 괜히 벌벌 떨며 세운 첫 여행 계획. 앞으로 50여 일 간 그곳에서 어떤 생활을 보낼지 차근차근 상상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글을 쓰고, 비디오를 찍고, 나를 지치게 하는 관계로부터는 조금 더 멀어지고, 내 삶에 너무나도 필요한 소중한 사람들을 한 번 더 생각하고.
인생에 쉼표가 여러 번 찍힌다면, 그중 한 번은 지금이었으면 좋겠다. 잠시 쉬고, 숨을 고른 후에 다시 힘차게 문장을 이어나갈 힘을 얻는 시간. 이번 여행만큼은 그 무엇으로부터도 도망치는 순간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