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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명의 미스터 케이 Apr 29. 2022

나의 리서치 방법론

???: 물음표 물음표 물음표 

리서치는 어렵다.


학부생 시절, 논문 찍는 공장이 되어 2주 동안 하루에 2시간 이상을 못 자며 하루에 1~2편씩 에세이 + 논문을 찍어내던 때가 있다. 


글자 수 혹은 장수로 최소 요건을 만족하고, 아름다운 장표와 되도록 알아보기 힘들게 짜인 수치형 자료들이 지저분한 앙상블을 보여주는 종이 뭉치 속에는 닥치는 대로 긁어모은 정보와 주장의 집합체였다. 


그 'A4 덩어리'를, Actionable Insight를 찍어내라는 압박에 시달리며 살기를 수년 편당 인센이라도 더 주던가, 수차례 삽질 끝에 나름의 방법론을 조금씩 정리해가고 있는데, 그것이 아래와 같다.


1. 가설을 세울 것 OR 논지를 잡고 시작할 것


이 가설과 논지는 반드시 세워두고 진행해라, 달리기를 하기 전에 어디까지 몇 분 만에 혹은 몇 시간 만에 도달할 것인지 목표를 설정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무제한 마라톤을 하는 것도 아니고, 무작정 모험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시간은 소중하고, 체력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똑똑하게 써야 함이 마땅하다. 따라서, 목표(가설 혹은 논지)를 세우고 필요한 논거를 하나하나 짚어두는 것이 좋다.


2. 필요한 논거 및 대략적인 구조 짜기


앞서 언급했듯, 논지를 하나 정했으면 그 논지가 True or Not True(False 아님)인지 증명할 수 있는 모든 논거를 긁어모아야 한다. 비약했다, 모든 논거가 아니라 가장 치명적인 논거 3~5가지 정도가 가장 적당한 것 같다. 그 이상 모아봐야 설득에 크게 도움도 안 되고, 읽는 사람도 리포트 찍어내는 사람도 지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간단명료이다. 


*Not True라고 한 것은, False로 데이터가 이어지기 시작하면, 그땐 판을 완전 새로 짜야한다. True와 False가 논지에 대해 설명하는 극과 극이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어떤 주장이 거짓이라는 뜻은, 주장이 거짓이니 그 반대를 얘기하면 되겠군! 과 같이 간단하지 않다. 앞으로 동남아 시장 투자에 대한 리포트를 낼 때, 투자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결론(Not True)가 아니라, 탈출(False)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면 이건 어떤 정해 놓은 의사결정 트리에서 Yes or No가 아니라, Yes or alternative를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기에... False임을 우연히 알면 좋지만, 여기까지 가는데 리서치 하나를 하는 것이 리서치 2개 하는 것과 비슷한 자원이 투입되므로(자원은 한정적이다!) 하나에 집중하자.


2.2 이탈


논거를 모으다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이 뭔가 틀린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지점이 온다. 나름대로 데이터를 쌓아서 해석을 해보니, 애초 가설이 잘못되었다고, 내가 틀린 것 같다고 결론을 내리는 지점이 오면 최대한 기민하게 이탈해야 한다. 아쉬워하지 말자, 놓친 게 있지 않을까 등 많은 생각이 들 텐데, 조직이나 상위에서 기정 한 논지를 증명하는 리서치에 투입된 것이 아니라면, 그냥 깔끔하게 놓는 것이 시간 대비 효율이 좋다(경험).

여러 번 반복되면 시간만 낭비한 것 같아 화가 치밀기도 하는데, 해결(?) 방법으로 가능한 것은 시작할 때부터 당초 논지를 Challenge 하는 시간을 30분 정도 확실하게 가져볼 것을 권한다. 이게 생각보다 시야를 넓히는데 도움이 되고, 의사 스펙트럼이 넓어진다는 것은 논지의 격이 높아지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다고 배웠다!


3. 결론은 간단하게, 간단하게, 간단하게


앞에서 백설공주는 왜 사과를 먹어야만 했는지 명료한 논거와 아름다운 장표로 설명을 끝냈다면, 이 아름다운 앙상블의 끝은 짧고 굵게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이미 독자든 청자든 여러 논점에 대해 머리로든 가슴으로든 확실하게 전달만 했다면, 이해를 하여 가슴속에 작은 불꽃처럼 피어올랐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불이 확실히 지펴져 화재를 일으키도록 만드는 것이다. 결론은 짧고, 명확하고, 강렬하며, 간단해야 한다. 개인적으론 그냥 이해하기 쉬운 문구 하나면 충분하다 생각한다. 그리고 이 문구를 짜내는 것이 생각보다 매우 어렵다. 

그래도 계속 고민하여 결론은 최대한 명쾌하게 뽑아내라, 논지를 세울 때 명확하게 세웠다면 결론 또한 어렵지 않을 것이다 결국 논지 = 결론이기에. 


난 여전히 리서치를 못한다. 리포트를 찍어내는 것이 브런치를 찍어내는 것만큼 겁나고, 주저하게 만드는 일이다. 다만, 머릿속에 위와 같은 정보들을 되새겨보며, 다시 다른 구루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그들의 논거를 다시 정돈해보며, 그저 반복해서 써볼 뿐이다.


경험적으로, 항상 무수한 삽질의 반복 속에서 훌륭함이 벼려지는 것 같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한 삽 한 삽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것, 리서치에서는 한번 한번, 이것 저것 시도해보고, 논리도 다시 세워보고, 구조도 다시 짜 보고, 논거를 3개로 잡았다가 5개로 잡았다가, 그래프를 넣었다가 빼봤다가, 수치형으로 도배를 했다가, 문자형으로 도배를 해보기도 하는 그런 자잘한 시도를 반복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러다 보면 Excellence 하나쯤은 나오지 않을까? 간절히 바라며, 오늘도 끄적끄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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