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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석윤 Oct 10. 2022

어떻게 운을 만들어 나갈 것인가


1. 내러티브의 함정


사람은 복잡하지만 진실을 더 잘 묘사하는 설명보다 진실에 대해 충분히 다루지 못하더라도 단순하고 명쾌한 설명을 좋아한다. 단순한 설명일수록 현상을 더 깔끔하고 편하게 이해할 수 있는 내러티브가 되기 때문이다. 진실을 담는 내러티브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내러티브가 파급력을 가진다는 것은 내러티브의 기본 속성이다.


이러한 내러티브의 함정 때문에 운의 지분과 역할은 성공과 실패에 대한 많은 스토리에서 조명을 받지 못하는 영역이 된다. 일의 성패를 다룰 때 운의 지분을 명료히 재단하기란 결코 쉽지 않고, 우리의 뇌는 운의 지분이 큰 복잡한 설명보다 단순하고 명쾌한 인과관계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신에게 발생한 행운과 불행을 해석하는데도 의식적인 노력과 통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실관계보다 의식적/무의식적으로 그럴듯하게 꾸며진 내러티브가 더 강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행운이 강하게 영향을 미쳤던 결과에 대해서 실력의 결과로 포장해서 받아들이거나, 불행했던 결과에 대해 노력의 부족이었다는 자책을 하거나, 노력 부족으로 실패한 결과에 대해 불운의 결과로 합리화 하는 등의 인지 왜곡이 발생한다. 이는 심리적 안정을 줄지는 모르나, 행운과 불행이 언제 어떤 양상으로 내게 나타나는지, 운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처해야 하며, 어떻게 운을 활용하고 키울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실천적 지식의 습득을 방해하는 주요한 원인이 된다.


2. 형량 가능한 리스크와 형량 불가능한 불확실성


미래의 행운과 불행에 대한 예측은 이미 발생한 행운과 불행에 대한 해석보다 때로는 훨씬 더 중요하다. 행운과 불운이 과거의 언어라면, 리스크와 불확실성은 다가올 행운과 불행에 대한 확률을 다루는 미래의 언어다.


불확실성과 리스크는 개념적 구분이 필요하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사람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형량 가능한 영역이 리스크라고 할 수 있다.


형량화 노력을 통해 불확실성의 지분을 줄이고 (형량 가능한) 리스크로 설명할 수 있는 지분을 높이는 것, 또는 이미 많은 사람의 노력에 의해 형량화 된 리스크 값을 탐색하는 노력은 분명 의미가 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은 장기적으로 게임이 반복되면 더 큰 승률을 가진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3. 행동하지 않으면 나의 운을 시험할 수 없다.


행운과 불행은 각자가 보유한 패(재능, 자원, 인프라, 환경)를 활용하여 세상과 상호작용한 결과물이다. 달리 말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내게 주어진 행운과 불행의 확률을 알 길이 없다. 나의 운을 시험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결국 행동하는 것이다. 여러 번의 시험과 도전을 통해서만이 나의 어떤 패가 환경과 운에 fragile 한 패인지, anti-fragile 한 패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판에 뛰어들어야 비로소 내가 가진 포지션이 운에 역행하는 포지션인지, 순행하는 포지션인지를 진정으로 검증할 수 있다.


4. 운에 대한 실천적 지식을 발굴하기 위한 전제


새로운 기회, 또는 어떤 일의 결과가 나의 실력에 따르는 합당한 결과인지, 행운의 결과물인지 혹은 불운의 결과물인지는 내 실력에 대한 엄격한 검증을 해보지 않고서는 알 방법이 없다. 즉 다양한 환경 아래에서의 본인의 실력에 대한 객관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행운과 불운의 지분에 대한 판단 자체가 어렵고 행운과 불운을 실력으로 착각하게 된다. 본인의 패와 실력에 대한 객관화는 일의 기회와 결과를 대하는 자세를 결정한다. 겸손해야 할 때에 겸손하지 못하거나, 용기를 내야할 때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것은 자기객관화의 부족 때문이다.


또한 본인의 재능과 능력, 자원과 인프라를 잘 이해하면 스스로의 고유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보다 적합한 분야와 환경을 탐색하는데도 도움이 되고, 조금 더 유리한 환경에서 자신의 운을 시험해볼 수 있다.


5. 운에 관한 실천적 지식은 패턴과 경험에서 온다.


운에 대한 행동적 지식은 행운과 불행이 나타난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행운과 불행이 일어나는 양상과 패턴을 탐색하고 발굴하데서 온다. 내게 발생하는 행운과 불행에 대한 일련의 패턴을 관찰하고 탐구하는 것이 행운과 불행 그 자체에 주목하는 것보다 운에 대한 더 나은 교훈적, 행동적 지식과 정보를 가져다 줄 확률이 높. 예를 들어 내게 운을 가져다 주는 패턴이 주로 관계에 의한 것이라면, 어떻게 이러한 관계를 scale할 수 있을 것인지를 설계한다. 만약 내게 불행을 주는 패턴이 정보의 부족에서 기인한 경우가 많다면 내가 가진 정보의 파이프라인을 점검해야 한다.


내게 일어난 이벤트가 행운의 부산물인지 불행의 부산물인지, 아니면 내 실력에 따른 온당한 결과물인지 알기 위해서도, 내게 운이 나타나는 양상과 패턴을 관찰하고 실천적 지식을 도출하기 위해서도 우선은 운에 자신을 던져본 충분한 경험 데이터가 필요하다. 자신의 운을 이해하고 평가하며 운을 레버리지하는 것에도 결국 snowball effect가 적용된다.


"이번에는 운이 나빴네"는 비슷한 환경에서의 반복적 성공 경험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말이다. 결과가 운인지 실력인지 판단하는 것은 나의 느낌이 아니라 경험과 원칙, 패턴에서 나온 결론이어야 한다. 그래야 유의미한 개선의 영역을 찾을 수 있고 유효하고 효과적인 다음 액션 아이템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다. 운을 레버리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운에 대한 많은 경험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


6. 그 외 운에 대한 실천적 지식


앞서 언급한 것 외에 운에 대한 속성적 지식을 통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행동, 즉 실천적 지식은 아래의 것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1) 행운에 대한 확률적 설계와 노출

2) 불운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


운을 만들기 위한 현명한 설계와 노출은 앞서 말한 운을 시험할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중요하다. 그리고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불운을 태하는 자세와 태도다. 운에 대해 설계하는 것은 동전을 던질 기회를 자주 잡는 것과 같다. 이때 합리적인 사람은 앞면이 나왔을 때의 계획과 뒷면이 나왔을 때의 계획을 모두 준비한다. 행운의 역할을 인지한다는 것은 행운의 뒷면인 불운의 영향을 인지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장기적인 게임에서는 행운에 대해서만 설계하는 사람보다 불운에 대해서도 대비하는 사람의 기대 결과값이 좋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운에 관하여 최종적으로 얻게 되는 결과는 1) 운이라는 변수와, 2) 운에 대해 우리가 대처하는 행동의 변수, 두 변수의 함수값을 따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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