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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직장인 Oct 24. 2021

“그냥 하던 대로 하면 안 될까?”라는 최 부장님

경로 의존성과 창조적 파괴

    MP3 회사로 대표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이리버를 기억하는가? 많은 직장인들은 어린 시절 아이리버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테이프로 녹음하지 않아도, CD를 넣지 않아도 음악을 들을 수 있다니 얼마나 설레는 제품이었는지! 필자 역시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을 졸라 MP3 플레이어를 처음 접하게 됐다. 그 당시 최고 용량에 속했던 64Mb의 가격은 너무 비싸 32Mb를 구매했는데, 저용량의 노래 8~10개 정도를 넣어서 다니면서도 만족했던 것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32Mb는 지금으로 따지면 고화질 사진, 음악 한 곡도 담지 못할 수도 있는 용량이니 말이다. 


    삼플전자의 최 부장님은 조금 과장을 보태 회사에 아직도 MP3를 들고 다닐 것만 같은 분이시다. 늘 옛날 방식을 고수하고 변화 자체를 극도로 싫어하는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회사에서 무언가 개선하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진취적인 직원들의 노력조차도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 ‘지금도 나름대로 괜찮은 거 같은데 힘들고 귀찮게 뭘 자꾸 바꾸려 하는 거야?’라며 오히려 불평을 한다. 


    최 부장님은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에 매몰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경로 의존성이란 말 그대로 익숙해진 경로에 의존하게 되어 새롭게 변화하는 것이 어려운 현상을 의미한다. 생각이나 행동을 할 때 과거의 경로와 패턴이 관습처럼 유지되는, 즉 '관성'과 같은 상태인 것이다. 경로 의존성에는 변화하는 것보다 그냥 그대로 하는 것이 더 안락하고 편안한 심리가 깔려있다. 


    MP3 시장을 선도했던 아이리버는 물론, 한 때 전 세계 1위의 휴대폰 업체였던 노키아(Nokia)의 몰락 역시 경로 의존성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알려져 있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변화의 기점에서도 아이리버는 MP3 하드웨어 성능 개선에만 집착했고, 노키아는 그 당시에 더 잘 팔리던 기존 피처폰 판매에 집중하는 결정을 내린다. 실제로 2006년 노키아의 CEO가 된 올리페카는 별도로 있던 스마트폰 사업부를 되려 피처폰 사업부와 통합시켰다고 한다. 미래의 먹거리를 개발하기보다는 기존의 편안한 경로를 고수한 결과, 스마트폰이라는 신기술로 무장한 후발 주자들에게 순식간에 추월당하고 말았다. 이처럼 잘 나가던 기업이 위기를 맞게 되면 직원들 역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어 실직자로 전락하게 된다. 결국 2013년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에 휴대폰 사업을 매각하게 되면서 4만 명이라는 해고 실직자가 거리에 나오고 말았다.


    어떤 전문가들은 21세기의 기술 변화가 20세기의 그것보다 천 배 이상 빠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불과 수십여 년 전에는 자동차나 핸드폰은 물론 전력조차 보편화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경로의존성은 이처럼 기술 변화가 급격한 시대에는 더욱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 창조와 파괴를 동시에


    그렇다면 변화하는 시대에 어떻게 적응하고 앞서나갈 수 있을까? 경로 의존성과 대척점에 있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isruption)라는 개념을 살펴보자. 창조적 파괴는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슘페터가 제시한 이론으로서 기술 혁신을 통해 이전의 패러다임을 파괴하고, 완전히 새로운 것이 자리 잡는 대변화를 일컫는다.


    대표적인 예는 역시나 핸드폰 산업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에는 핸드폰 회사 간 액정 크기, 용량 등의 하드웨어 개선이 경쟁의 핵심이었다. 2000년대 후반 애플스토어라는 플랫폼을 갖춘 아이폰의 등장은 업계의 모든 것을 바꿔버린, 말 그대로 ‘게임 체인저’였다. 애플은 스마트폰이라는 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하고 기존의 피처폰의 경쟁력을 철저히 파괴했다. 그 결과 2007년 말 세계 시장 점유율을 절반 가까이 점유하고, 핀란드 GDP의 무려 1/4을 책임지던 노키아의 핸드폰은 더 이상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야말로 창조와 파괴를 동시에 가져온 사건이었던 것이다.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는 전기차 역시 기존의 내연 기관 중심의 자동차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파괴적 혁신의 선두에선 테슬라는 오랜 기간 유지되었던 휘발유, 디젤 차량의 패권의 종말을 전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우수한 기업과 뛰어난 인재들이라고 해도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고 새로운 환경에 맞춰 변하지 않는다면 시대의 흐름에 뒤처져 도태되기 마련이다. 이처럼 우리 직장인들 역시 편안한 길만을 고수하는 유혹에서 벗어나 늘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고 발전해나가야만 회사의 미래 경쟁력에 기여할 뿐이니라 개인적인 성공과 행복에도 한 발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창조적 파괴라는 것은 애플 같은 놀라운 혁신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일상에서도 우리는 얼마든지 창조적 파괴를 할 수 있다. 코로나라는 대변화에 적응하여 직장인들은 매일 같이 일어나는 기존 대면 회의를 물리적 환경에 구애받지 않는 비대면 회의로 바꿔나가지 않았던가. 당연히 일을 하기 위해서는 매일 출근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고정관념도 재택근무로 인해 바뀔 수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며 반대했던 이들도 많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보다 효율적인 방식을 창조하고 고안해볼 수 있었다. 변화는 때로는 두렵고 또 불편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것을 이겨냈을 때 얻게 되는 발전의 기회는 그보다 더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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