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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직장인 Sep 04. 2022

'왜 우리 팀장님은 성격이 나쁠까?' 직장인들의 고민

귀인 오류(Attribution Error)

    직장인 A 씨는 중학교 시절부터 친분을 이어온 친구들 모임이 있다. 이제 모두가 직장인이 되어 퇴근 후 함께 모여 술을 마시곤 한다. A 씨는 오늘도 밀린 과업을 치르다 약속에 늦고 말았다. 이미 시작된 저녁 자리에서는 항상 빠지지 않는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바로 지금 같이 일하는 ‘직장 상사의 성격이 좀 이상하다’는 이야기다. 기한이 촉박한 일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힘들게 써온 보고서에 대해 불필요한 지적을 하고, 오직 매출을 올리는데만 혈안이 되어있다는 등 갖가지 불평이 쏟아진다.


    평소 스트레스가 많은 직장인 A 씨는 울상을 지으며 한 가지 푸념을 꺼낸다. 우연한 기회로 옆 부서의 김 팀장님과 점심 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스마트하고 다정하기까지 한 사람으로 느껴졌다는 것이다. 회사에 이렇게 좋은 상사도 있는데 왜 하필 자신은 이상한 사람 밑에 있게 된 것인지 참 운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더 큰 좌절감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A 씨는 김 팀장 밑에서 일하는 후배 직원과 회사 생활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예상외로 후배는 김 팀장님이 너무 꽉 막히고 우유부단한 것 같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후배는 오히려 A 씨의 직속 팀장을 칭찬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성품도 좋으시고 합리적이신 것 같다며 부러움을 표출했다는 것이다! 술자리의 친구들도 이 같은 이야기를 듣고 본인들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신기하다며 너도나도 동조를 하기 시작한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분명 같은 사람을 두고 이야기를 하는데 전혀 다른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둘 모두 상대방의 팀장님에게 우호적인 평가를 내리는 반면 본인의 팀장님에게는 냉혹한 평가를 한다는 게 참 희한하다. 그저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극명한 차이로 느껴지니 말이다.





    이러한 생각의 차이는 바로 ‘귀인 오류(Attribution Error)’ 때문일 수도 있다. '귀인(歸仁)'이란 어떤 사건의 원인을 특정하여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즉, 귀인 오류란 말 그대로 '원인'을 잘못 집어내는 오류나 편향을 의미한다. 


    투자에서도 결과가 좋으면 나의 '실력', 결과가 좋지 않으면 '운'으로 치부하는 편향도 귀인 오류의 예이다. 그럼 직장 생활에서 발견되는 귀인 오류의 예를 들어보자.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타인의 행동을 보면서 그 사람의 '고유한 기질'이나 특성의 발현이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특정 행동이나 반응의 근원을 파악할 때 환경 영향을 축소하고 행위자의 내적 특성이라고 생각하는 방식이 귀인 오류의 특징인 것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특정 행동의 이유가 타고난 성격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인 역할(Social role)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이러한 귀인 오류의 경험이 있는지 한 번 생각해보자. 개인적으로는 정말 냉정하고 까탈스럽다고 생각했던 담임 선생님도 졸업 후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저 정 많고 따뜻한 스승으로 느껴진 경험이 있다. 또한 군대에서 호랑이 같은 선임 병사일지라도 사회에 나와서 보면 너무나도 평범하고 온순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놀랐다는 경험담은 전역자들 사이에 흔한 이야기이다. 돌이켜보면 담임 선생님, 군대 선임의 행동은 본인들의 고유한 성격이 아닌 상황적인 역할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담임 선생님은 올바른 훈육을 위해, 군대 선임은 부대의 질서와 기강을 위해 특정한 역할을 수행해야만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개인의 인격과 상황적인 역할을 밀접하게 연관 짓는 오해를 하곤 하진 않았을까?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조직에서 리더의 기본적인 역할은 조직원들을 리딩 하여 성과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들이 때로는 매출 확대에 혈안이 되기도 하고, 부하 직원들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행동이 그들의 성격이 더럽(?) 거나, 까탈스러워서만은 아니라 조직에서 주어진 역할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조직의 역할을 함께 수행하지 않는 옆 부서의 아무개의 시선에서는 그 직장 상사가 그저 평범하고 괜찮은 사람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귀인 오류를 떠나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몰상식하고 무례한 직장 상사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괴롭힘, 갑질 등 직장 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자주 불거지기도 한다. 비인간적이고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고 시정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여전히 어떤 직장 상사들은 사회적인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과정 속에서 의도치 않게 타인의 감정을 불편하게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혹시나 내가 귀인 오류에 빠져 몇몇 직장 상사들을 그저 '나쁜 사람'으로 오해한 것은 아닌지 한 번쯤은 생각해볼 일이다. 반대로 회사 관리자들도 사회적 역할에 매몰되어 부하 직원들의 애로나 고충을 경시하지 않았는지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자율성과 창의성을 중요시하는 MZ 세대들이 늘어 남에 따라 속칭 '까라면 까라식'의 강압적인 방식은 사장되어 가고 반대로 소프트 리더십이 강조되고 있다. 보다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부하 직원이 직장 상사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다면평가 방식도 보편화 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보다 많은 리더들이 매출 확대, 이익 극대화 등 사회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부하 직원들을 그저 몰아붙이기보다는 충분한 유인과 동기를 제공해 성과를 창출하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희망한다. 또한 직원들도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의 상황적인 역할을 공감해주고 협력한다면 보다 건전하고 즐거운 직장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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