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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연재 Oct 24. 2023

망한 것 같은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기

다시 쓰기를 결심하며..

한 달 여 동안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하는 루틴이 있었다.

바로 인터넷 서점 앱을 여는 것. 그리고 내가 낸 책 <우리만의 리듬으로 삽니다>를 클릭하고 판매지수를 확인한다. 눈에 지수가 들어오고 난 뒤 이어지는 한숨.

좀처럼 오르지 않는 판매지수에 답답하고 속상하기를 한달 동안 했다.

그 전에 썼던 <내가 힘들었던 너에게>나 <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는 그래도 반응이 좋았던 터라 이번 실패가 뼈아프게 다가왔다.

책이 망했다는 걸 인정하기까지 당혹감과 실망, 속상함이 갱년기에 훅훅 올라오는 열감처럼 시시때때로 찾아왔다.  

책을 내는 건, 너무나 감사한 일이고 책이 나와서 받아든 순간의 뿌듯함은 이루말할 수가 없다. 그리고 책이 한 권으로 만들어지기까지 글을 쓰고 수정하는 과정도 너무나 소중하다.

출판사 편집자와의 호흡도 좋은 경험이다.

그러나 책이 나오는 순간, 판매는 책을 낸 모든 작가들이 피해갈 수 없는 부담이다. 적어도 나의 글을 선택해준 출판사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가장 간절하지만,  

내 마음이 아무리 간절해도 책이 팔리진 않는다.

속상함과 미안함에서 허우적대다가 맨 마지막에 찾아오는 감정은 좌절이다.

내 글과 내 이야기가 더 이상 독자들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좌절로 나를 다그쳤다.

‘사람들이 읽지도 않는 글을 계속 쓸 이유가 있을까.’ 그러다가 아무도 관심이 없을 절필을 혼자 열심히 고민한다.

글을 쓸 때건, 무엇을 하건 사람을 동력이 필요하다.

드라마를 쓰는 친구와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드라마를 아무리 기획하고 써도 그것이 채택되거나 입상하지 않으면 지친다고.

글도 마찬가지다. 내 만족을 위해 쓰기도 하지만 공개된 글은 반응이 있어야 더 쓸 수 있는 힘을 받는다.

거의 망한 수준의 판매지수를 보며 난 동력을 잃어버렸다.

좌절에 빠져 있을 때, 친구가 같이 소설을 써보자고 제안했다.

그 전부터 말해왔던 거지만, 동력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감히 소설이라니.

엄두도 나지 않고 의욕도 없어서 게으름을 피우던 어느 날. 이런 글을 발견했다.     


창작자에게 특히 필요한 자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황소윤의 질문에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를 견디면서 계속하는 힘이라고 대답했다. 스스로 다그치다가 나가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하곤 한다. 반복하면 더 잘하게 된다고 격려하며 자신을 너그럽게 다룬다.”

- 이슬아 <창작과 농담>     


친구에게 “나 이제 그만 쓸래”했을 때 친구가 이런 말을 던졌다.

“안 쓰면 뭐할 건데?”

그 물음에 딱히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렇다면, 써야 하는데 쓰기 위해서 지금 필요한 건, 계속하는 힘.

그리고 스스로 다그치기를 그치고,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기.

그렇게 마음 먹으니 다행히 어제보다는 힘이 조금 더 생겼고,

망한 자리에서 다시 노트북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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