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도 약한 척 하는 건 이것 때문
전 서른다섯 유부녀.
나름 구김살 많은 20대도 보냈고
세상에 그리 무서울 게 없는 아줌마죠.
성격이 그리 여성스러운 편도 아닙니다.
그런데
그런 제가 여자가 될 때가 있더군요.
며칠 전 설거지를 하다가
유리컵을 깨트렸는데
남편이 다가와
“저리 비켜”를 시전했거든요.
남편은 제가 유리를 깰 때마다
제가 유리조각 하나 못 치우는 아이인 양
자기가 나서서 유리를 치워댑니다.
설마 이 나이 먹고
제가 유리를 못 치울까요.
그런데 저는 한 발짝 물러나
남편이 유리를 치우는 걸 지켜봅니다.
그냥 그 순간,
유리는 위험해서 만지지도 못하는
연약한 존재가 되고 싶더라고요.
유리를 치우는 남편의 늠름한 등에서
참 많은 것들이 느껴졌어요.
사랑, 헌신, 신뢰 같은 것들이요.
여러분, 형광등을 갈 수 있어도
남편이 갈겠다면 두세요.
내가 반찬을 더 잘한대도
친정엄마나 시어머니가
반찬을 해다 주시겠다면 그대로 두세요.
내가 뭘 못해서가 아니라
여전히 내게는
그들이 필요하고 가치 있는 존재임을
알려주기 위해서요.
때로는 의지하는 척,
너 없이 나는 이렇게 작은 존재인 척,
그렇게 상대의 기를 살려주는 것도
어쩌면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요.
■ BOOK
연애 결혼 힐링 에세이 『사연 없음』
현실 직장 생활 에세이 『어쩌다 백화점』
PDF 인간관계 비법서 『오늘보다 내일 나은 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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