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행복은 한 세트
2024년 1월 1일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새해가 된다는 것에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나에겐 그날이 그날이고, 어제와 같은 또 다른 오늘 같았다. 그동안 감흥이 없었던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새해가 밝았다고 해서 12월 31일까지 하던 일이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어제의 고민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 아니었을까. 하지만 지금의 나는 올해가 기대되고 설렘으로 가득 차있다.
새해가 되는 것에 대한 별다른 감흥은 없었지만, 새해 목표는 있었다. 2023년 1월 1일이 되었을 때, 한 해 동안 이루고 싶은 것이 있었다. 여러 가지 목표들 중에 박사학위를 마무리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2024년이 된 오늘, 여러 가지 목표 중 이룬 것이 하나도 없다. 소소한 목표도 이루지 못했고, 큰 목표도 이루지 못했다. 핑계를 대자면, 2023년 상반기에는 회사 노조위원장에게 허위로 억울하게 형사고소를 당했고, 변호사와 노무사를 만나며 고소건을 수습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하반기에는 내 삶에 집중하고 싶었지만 집안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지면서 또 다른 고소로 이어지게 되었다. 일 년 내내 관재수에 시달렸다. 회사는 이번 정권이 공기업 통폐합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재작년부터 불안정했고, 결국 11월에 다른 회사에 불명예스럽게 흡수되면서 법인이 사라졌다. 불명예스러운 회사에 재직했던 나에겐 연봉 30% 삭감이라는 또 다른 불명예가 주어졌다. 만약 이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못하면 2024년에도 변호사와 노무사를 만나며 법원을 드나들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 목표를 이룬 직원들도 있다. 다른 직원들도 어수선한 상황은 마찬가지였을텐데 박사학위를 받은 직원도 있고, 불안한 상황을 피해 이직을 한 직원도 있다. 어째서 나만 제자리인 것 같은 기분일까. 다른 직원들과 다르게 나는 기획실에서 근무하면서 회사의 대소사를 알고, 대응하느라 스트레스받으며 내 것을 챙기지 못했을 뿐이라고 자기 위안을 삼을 것인가. 회사의 운명이 왔다 갔다 하는 극한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기획실장과 기획실 직원들, 그리고 나를 지키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쓰느라 내 것을 챙길 에너지가 없었다고 할 것인가. 핑계는 핑계일 뿐이다.
성취하지 못한 이유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핑계 삼아 앞으로 나아가길 스스로 멈췄기 때문이다.
2023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시간 동안 얻은 것이 있다면,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화해다. 20대에는 30대가 되면 인생을 살아가는 노하우가 쌓여 인생을 더 수월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20대에 마주하는 문제와 30대가 되어 마주하는 문제는 그 스케일에서 큰 차이가 난다. 나이를 먹을수록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 늘어나고, 주변을 더 돌봐야 하는 상황이 온다. 20대에는 어리다는 핑계로 문제로부터 달아날 수 있었다면, 30대에는 그 자리에서 묵묵히 견뎌내야 하는 문제들이 있다. 문제는 늘 일어나고 생기고, 그리고 또 사라진다. 사라질 문제를 핑계 삼아 나아가길 멈춘다면, 연기 같은 것에 겁을 먹고 멈춰서서 제자리만을 지키는 사람으로 남지 않을까.
어떤 문제도 나를 막을 수 없다는 마음으로 계속 나아가야만 한다.
기획실에서 보낸 시간이 고통스러워 몸부림치던 시간도 있었고, 내가 너무 괴로워서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리느라 가까운 사람들과 사이가 안 좋던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힘들고 지쳐서 안 좋은 방향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내가 아픈 것보다 더 아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가고 상처만 남았을 것 같은 지금, 나에게 남은 건 사랑이다. 스스로를 향한 사랑, 타인을 위한 사랑, 그리고 문제를 대하는 달라진 마음가짐으로 2024년을 기다렸다. 올해 더 행복하고 좋은 것들을 받기 위해 작년에 힘든 시간들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거쳐야만 하는 통과의례처럼.
고통과 행복은 한 세트처럼 오는 것이라고 믿는다.
올해도 내딛는 발걸음마다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나를 막아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문제를 통해 더 좋은 것을 받고 행복해지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P.S. 작년 한해 고통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을 누군가에게 위로를 전하며. 올해는 다를 겁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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