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좋고 나쁨은 없다
긍정적인 사람이 좋고, 부정적인 사람은 싫다.
이것은 좋고, 저것은 나쁘다.
밝고 신나는 감정이 좋고, 힘들고 지친 감정은 싫다.
마음공부를 하기 전에는 늘 어떤 현상이나 사람, 물건, 심지어 내가 느끼는 감정까지도 흑백논리 기준에서 "좋다, 나쁘다"를 구분해 왔다. 작년부터 사람을 대할 때나 특정 현상에 대해 1차원적인 관점에서 평가하거나 판단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자각을 한 이후로, 흑백논리를 어느 정도는 내려놓을 수 있었다.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지 않으면,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된다. 이런 연습을 계속하다 보면, 이전과는 달리 어떤 일에 대해 마음이 조금 더 편안해지고 감정적으로 여유로워진다.
하지만 이런 여유로움의 지속성이 길지 않았다. 이내 곧 다시 조급한 마음을 먹고, 내가 옳다고 믿는 기준으로 사람과 일을 평가하고 판단 내렸다. 그리고 그 일을 후회하기를 반복했다. 생존모드가 작동될 때마다 의식적으로 명상을 더 열심히 해보았지만, 명상도 생존모드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빡빡한 삶을 살고 싶냐고 스스로에게 물었지만, 내가 원하는 삶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유가 무엇일까. 원하지도 않는 삶으로 자꾸 되돌아가려는 이유를 짐작할 만한 일이 있었다.
최근에 레이키 상담을 받고, 어릴 적부터 눌려있던 감정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안 좋은 감정과 습관을 그대로 받아 30여 년을 그렇게 살고 있었던 것이었다. 스스로에게 가혹할 정도로 냉정하고, 좋다 나쁘다를 가려 책임을 지우는 것은 나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었다. 스스로 부모에게서 받은 안 좋은 습관과 가치관을 벗어던졌다고 자만했지만, 나는 나의 부모님처럼 살고 있었다. 나는 나의 억눌린 감정을 발견했을 때조차, 스스로의 책임이라는 강박과 강한 남성 의식에 나의 슬픔조차 제대로 감싸주지 못했다. 스스로가 불쌍해지는 순간이었다.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그 감정을 강제로 눌러버리고, 긍정적이어야 한다며 억지로 긍정적인 척을 하며 산 것이다. 일전에 심리 상담을 받았을 때도, 강박적으로 긍정적이려고 애쓴다는 진단을 받은 적이 있었다. '긍정적이면 좋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기회가 있었을 때조차 스스로를 놓치고 말았다. 부정적인 감정은 나쁘다고 치부해 버리고 인정하지 않다 보니, 가슴에 쌓여 있던 감정들이 터져 올라왔다. 레이키 상담을 받고 3주가 지나서야 그동안 외면한 나의 약한 감정들을 하나씩 인정할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고 어리광 피우고 싶은 감정, 나를 가혹하게 대한 사람들에 대한 원망 등 약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니, 마치 바위로 잘 눌러놓은 낮은 수준의 감정들이 한꺼번에 바위를 날려버리고 나를 덮치는 느낌이 들었다. 집착, 잘못된 소유욕, 시기, 질투 등 그동안 외면한 감정들이 몰려와 감정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감정에 좋고 나쁨은 없다. 감정은 그저 감정일 뿐이다. 어떤 감정이 일어날 때, 그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 감정은 스스로 옅어지고 없어진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좋거나 나쁜 감정 모두 결국에는 사라진다. 그런데 우리는 타인과 생활하는 어린 나이부터 우리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약한 사람이나 하는 짓이라고 학습한다. 화가 나서 화를 내면, 슬퍼서 울면 곧잘 연약하고 프로답지 못하다고 평가받는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도 감정을 드러내면 아마추어라고 낙인찍힌다. 남자가 주류인 곳에서 오랫동안 사회생활을 한 나는 이런 편협한 판단에 더 특화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래서 여자는 안돼, 여자는 약해'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 더욱더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그렇게 거진 20년을 살다 보니, 다르게 살자고 다짐해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아직 뿌리내리지 못한 마음 가짐이 20년의 관성을 단번에 이길 순 없지 않을까.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굴레와 강박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약한 부분까지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 때, 그때가 진정한 나로서 존재할 수 있을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스스로 약한 부분을 사랑할 수 있도록, 모두 자신에게 가장 관대한 사람이 되어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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