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는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 요즈음 바보다. 내가 한 말은 아니고, 명상책 저자가 한 말이다. 날 바보로 만든 스트레스는 첫 번째 일에 치여서, 두 번째 마음대로 되지 않는 애정사 때문이다.
한 달 전 회사에서 제일 바쁜 부서로 인사발령을 받았다. 어느 정도 내가 원해서 간 부서이기도 했지만, 바빠서 스트레스를 받았다기 보단, 컨트롤타워 없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상황이 싫었다. 그 상황에서 중심을 잡아야 하는 사람이 책임자가 아닌 참여자인 나라는 사실. 그렇다고 내 뜻을 그대로 받아들여주지도 않았다. 나는 결국 병이 도졌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잠을 못 자는 병. 몇 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매일 밤 12시에 퇴근하는 스케줄을 감당할 만큼 난 건강하지 못했다. 제정신이 아닌 채로 반복되는 일상을 겨우 버텨내고 있다.
두 번째 스트레스는 마음 깊이 만난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붕 뜬 채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내 마음이다. 잃고 나서야 안다지만, 모든 것들이 내 탓 같은 그런 시간들을 보냈다. 마음을 다 잡고 일상에 집중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려 했지만, 붕 뜬 채로 땅에 발을 딛긴 어렵다. 내가 나를 또 함부로 대하고 그 함부로 대함이 나를 또 아프게 한다.
스트레스에 잠을 못 잤다는 핑계로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져 회사에선 상사에게 짜증을 냈고, 판단력은 흐려질 대로 흐려져 안 써도 될 돈을 흥청망청했다. 그리고 후회했다. 몇 년 전 마음이 많이 아팠을 때 선생님이 그랬다. 화내도 괜찮지만 후회하며 곱씹는 건 안 좋다고. 후회 오지게 된다, 요새. 안 괜찮다.
괜찮지 않지만, 이러다 또 균형을 잡아갈 거다. 늘 그랬듯. 이렇게 또 바보 같은 일상을 보내고, 바보같이 일상에 충실할 거다. 다시 두발로 단단하게 서있을 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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