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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twhite Feb 18. 2022

새해 목표

놓아야 할 것들(Refresh this moment)

연말 연초에 만나는 사람들은 인사치레로 새해 목표가 무엇인지 묻곤 한다. 이제 아등바등 사는 게 싫어진 나는 올해 목표라고 무엇인가를 정의하고 싶지 않았다. 목표라고 정의한 순간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집착할 내 모습이 저절로 떠올랐다. 그보다 단지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 올해 해야 할 일들을 자연스럽게 하겠거니 생각했다. 논문을 쓰면서 한동안 놓아버린 영어도 시작하고 내 후년에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겠지 이런 막연한 생각으로 올해를 맞이할 생각이었다.


코로나로 연말 파티는 옛말이 되었지만, 그래도 소규모 인원으로 모여 술이라도 한잔하며 연말을 보냈다. 코로나 덕에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없어 오히려 모임 횟수가 더 늘어난 느낌이다. 모임을 피하는 성격도 아니고 나서야 할 자리에서는 나서기도 하지만 작년 연말부터는 피하고 싶어졌다.


의미 없이 오가는 가벼운 말들, 그 가벼움 속에서 지쳐가고 마음이 불편한 채로 웃어야 하는 내 모습, 누군가의 감정 쓰레받기가 되는 일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다. 그때의 나는 물이 가득 차 넘치기 직전인 컵과 같았다. 곧 흘러넘쳐 나의 일상은 엉망이 되어버릴 것 같았다. 그 누군가는 나의 친구고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나와 함께하는 동료이기도 하다. 친하다는 이유로 나는 그들의 걱정을 나누어 짊어지고 때로는 나서서 해결해주려고 했다. 하지만 내 일도 아닌 일에 감정을 소모하는 일은 곧 나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그들은 나에게 부정적인 에너지를 쥐어주고 나의 에너지를 앗아갔다. 그렇게 우리 관계는 오랫동안 유지되었으니까 서로 당연한 것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나는 연말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몸살을 앓고 잘 먹지 못하는 시기가 있다. 한 해의 마무리로 몸살을 앓는다. 작년 연말에도 나는 아팠다. 연례행사로 아픈 몸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 사실 작년 초부터 고민해오던 문제였다. 그리고 아파서 누워 지내는 동안, 이 관계들을 유지하기 위해 써온 에너지를 끊어내기로 결심했다. 관계를 끊은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끊고 그동안의 과도한 관심을 거둬들였다. 그 에너지를 나에게로 돌렸다. 나의 미래,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위해 더 많은 시간과 관심, 에너지를 쏟았다.


올해 목표는 내가 이루고 성취해야 할 일이 아닌, 온전히 나와 사랑으로 충만한 한 해를 이루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관계에 집중하고 그 관계들 속에서 안정적으로 인정받길 원한다. 그 관계에 집중하다 보면 자신을 잊기 마련이다. 자신을 잊으며 점점 우울해지는 나를 발견하기 된다. 내가 원하던 모습이 지금의 나 일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작년 연말, 타인에게 향하던 나의 에너지를 대부분을 거둬들였다. 아직도 일부분은 더 거둬 들어야 한다. 이

일로 인해 실제로 이전보다 소원해진 관계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고요하고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새해 목표로 이뤄야  것들도 있겠지만, 놓아야  도 있을 수 있다는 것





#새해목표 #관계 #대인관계 #감정소모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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