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짓누르던 일들이 하나씩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올해 시작도 하기 전부터 이 일들 때문에 스트레스받고, 고민했던 것 같다. 어른으로 분류되는 나이, 사회적 위치를 갖게 되면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고 싶은 일보다 더 많이 하고 살게 되니까. 그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끌어안고 잘 마무리하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내가 불쌍하기도 하고, 다시 오지 않을 이 날이 아깝고. 그저 맑은 날 하늘 한번 올려다보는 게 유일한 위안이었다. 어느덧 올해도 2개월 남짓 남았다. 그 시점에 따라 일도 자연스럽게 마무리되는 거겠지만, 요즘의 나의 일상은 조용하고 고요하다. 그 덕분에 너무 행복하다.
사회초년생일 때는 남자 친구와 데이트, 주말에 친구들 만나기, 여행 가기 등 이벤트가 있어야 즐거운 일상이라고 여겼다. 이벤트가 있냐 없냐가 즐거움과 행복의 기준이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특이한 취향, 별난 자아 때문인지 몰라도 불금이라고 주말이라고 설레거나 즐겁지 않았다. 그저 반복되는 또 다른 일상일 뿐이었다.
나이를 더 먹고 지금에 이르러서야 가장 행복한 일상은 불행이 없는 일상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의미의 이벤트 말이다. 가족이 아프다거나, 집안이 망했거나,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골로 가기 직전인, 그런 불행한 이벤트만 없다면 행복한 일상인 것 같다. 내 몸을 뉘울 수 있는 집이 있고, 당장 파산을 걱정하지 않고 먹고 싶은 것을 한두 가지 정도는 먹을 수 있는, 이런 상태라면 그냥 이 순간만으로 행복한 것 아닐까.
가장 일상적인 일상을 보낼 수 있는 지금 이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
삶에 더 익숙해지는 네가 자랑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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