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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twhite Oct 18. 2021

나의 가장 친한 친구

자기반성

얼마 전 사람 때문에 속앓이를 했다. 상대방의 실망스러운 모습에 상처 입은 나는 불편한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 상대방도 나의 표정과 태도에 불편함을 느낀 듯했다. 며칠 그 사람 때문에 속이 시끄럽고, 짜증 나는 일상을 보냈다.


그 사람과 풀어야 할까 생각도 해보고, 아니면 이대로 거리를 두고 지낼까 하는 생각도 했다. 생각이 엎치락뒤치락하던 중에 내가 그 사람에게 무엇을 기대했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오뚝이처럼 흔들리던 생각은 중심을 잡고 멈추었다.


그래, 무엇을 기대했나. 한동안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코너를 떠나지 않았던 책 <혼자 잘해주고 상처 받지 마라>처럼 나는 왜 타인을 중심에 두고 살면서 상처를 받았던가. 상대방은 상처를 준 적도 없고, 나에게 잘해달라고 요구한 적도 없는데 말이다. 스스로 잘해주고 기대하고 나의 행복과 만족의 중심을 타인에게 두고 있었다.


타인의 취향, 기분은 그토록 살피고 잘 알면서 나의 기분과 내가 원하는 것, 나의 마음은 왜 살피지 않았나. 늘 스스로 내 마음을 모르겠다고 한탄하면서 왜 타인의 마음에는 그토록 귀 기울였나.


인스타그램이 한창 유행이던 몇 년 전 나도 열심히 인스타그램을 했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나에겐 즐거운 일상이었다. 그러다 바빠지기 시작하면서 SNS를 중단했고, 비공개 계정으로 돌린 후 올렸던 게시물 대부분을 보관(감추기)으로 변경했다. 며칠 속앓이를 하며 빈둥대던 중 갑자기 인스타그램 보관 게시물을 살펴보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원하던 것들이 그 보관함에 다 있었다.


요리하는 과정, 완성된 음식, 전시회를 다니며 즐거워하는 모습, 여행 가서 새로운 경험을 즐기는 모습들. 그동안 나 자신을 외면하고, 타인과의 관계만 신경 쓰던 나 때문에 나는 스스로 나 자신과 멀어지고 있었던 것 같다.


생각의 끝에 그동안 타인을 위해, 공동체 의식(?) 때문에 내가 원하지도 않았던, 일들을 모두 관두기로 결정했다. 당분간은 멀어진 나와  지내보는데 시간과 노력을 들여보려고 한다.  누구보다 나와  지내기 위해, 나와 가장 친한 친구는  자신이기에. 따뜻한 물에 배스 솔트를 풀고 하루를 마감하며  글을 적고 있다. 나른하고 행복하다..



*사진은 출근길 새벽에 찍은 직접 사진(인스타 보관함 출처)



#일상#자신과#잘지내기#자아#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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