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반성
얼마 전 사람 때문에 속앓이를 했다. 상대방의 실망스러운 모습에 상처 입은 나는 불편한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 상대방도 나의 표정과 태도에 불편함을 느낀 듯했다. 며칠 그 사람 때문에 속이 시끄럽고, 짜증 나는 일상을 보냈다.
그 사람과 풀어야 할까 생각도 해보고, 아니면 이대로 거리를 두고 지낼까 하는 생각도 했다. 생각이 엎치락뒤치락하던 중에 내가 그 사람에게 무엇을 기대했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오뚝이처럼 흔들리던 생각은 중심을 잡고 멈추었다.
그래, 무엇을 기대했나. 한동안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코너를 떠나지 않았던 책 <혼자 잘해주고 상처 받지 마라>처럼 나는 왜 타인을 중심에 두고 살면서 상처를 받았던가. 상대방은 상처를 준 적도 없고, 나에게 잘해달라고 요구한 적도 없는데 말이다. 스스로 잘해주고 기대하고 나의 행복과 만족의 중심을 타인에게 두고 있었다.
타인의 취향, 기분은 그토록 살피고 잘 알면서 나의 기분과 내가 원하는 것, 나의 마음은 왜 살피지 않았나. 늘 스스로 내 마음을 모르겠다고 한탄하면서 왜 타인의 마음에는 그토록 귀 기울였나.
인스타그램이 한창 유행이던 몇 년 전 나도 열심히 인스타그램을 했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나에겐 즐거운 일상이었다. 그러다 바빠지기 시작하면서 SNS를 중단했고, 비공개 계정으로 돌린 후 올렸던 게시물 대부분을 보관(감추기)으로 변경했다. 며칠 속앓이를 하며 빈둥대던 중 갑자기 인스타그램 보관 게시물을 살펴보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원하던 것들이 그 보관함에 다 있었다.
요리하는 과정, 완성된 음식, 전시회를 다니며 즐거워하는 모습, 여행 가서 새로운 경험을 즐기는 모습들. 그동안 나 자신을 외면하고, 타인과의 관계만 신경 쓰던 나 때문에 나는 스스로 나 자신과 멀어지고 있었던 것 같다.
생각의 끝에 그동안 타인을 위해, 공동체 의식(?) 때문에 내가 원하지도 않았던, 일들을 모두 관두기로 결정했다. 당분간은 멀어진 나와 잘 지내보는데 시간과 노력을 들여보려고 한다. 그 누구보다 나와 잘 지내기 위해, 나와 가장 친한 친구는 나 자신이기에. 따뜻한 물에 배스 솔트를 풀고 하루를 마감하며 이 글을 적고 있다. 나른하고 행복하다..
*사진은 출근길 새벽에 찍은 직접 사진(인스타 보관함 출처)
#일상#자신과#잘지내기#자아#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