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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twhite Oct 07. 2021

과거와 화해

꽉 차서 문을 걸어 잠가둔 벽장이 있다. 그 문을 열면 그 안에 억지로 채우고 쌓아둔 물건이 곧 나를 덮칠 것 같은 그런 벽장이 있다. 미처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물건을 벽장에 모조리 넣어두고는, 깨끗하고 완벽하게 집 정리를 한 척하는. 그런 벽장이 있다.


명상을 시작하고  감정은 널을 뛰었다. 지난날 받았던 스트레스가 사람과 함께 올라오고, 꿈에는 이미 잊고 지낸, 저런 사람도 있었지 하는 사람들이 나를 잊지 말라는 식으로 번갈아 나오기도 했다. 이별  먹지도 못하고 누워지네기만 하며 그리워한 나의 첫사랑까지. 명상을  때도, 꿈에도 나는 감정 디톡스를 하며 그동안의  벽장에 처박아둔 과거와 마주했다. 스트레스는 받을 때도  몸에 나갈 때도 같은 정도의 영향을 준다고 하더니, 과거에 치여 불안과 스트레스에 다시 무너져 눈물과 기억, 감정을 쏟아내던 그쯤. 깨닫게 됐다.


벽장에 처박아두고선 다 잊었다고, 정리했다고 치부했던 감정들을 하나씩 꺼내서 정리하고 있구나. 그 벽장에 들어간 시기가 어제이든, 십몇 년 전이든 중요하지 않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하나씩 되살아나 다시 나를 괴롭히곤 벽장 안 차지하던 자리를 비우고 사라진다.


마음의 벽장이 완전히 비워지는 날이 올까. 글쎄 모르겠다. 요즘 해묵은 따위의 것들을 게워내며 감정적으로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이제라도 놓아줄 것들은 놓아주고 흘려보내고 싶다. 해묵은 감정을 풀어내느라 주저앉아 울더라도, 더욱더 홀가분해지고 싶다.


모두 비우고 나면 지금보다 더 좋은 것들로 채울 수 있을 거란 막연한 기대를 안고서…







#감정#디톡스#명상#스트레스#과거#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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