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에 노트 앱을 켜고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간략히 적는다. 그리고 그날 감사한 일 세 가지를 적는다. 감사한 일은 사소한 것부터 생각지도 못하게 찾아온 행운까지 다양하다. 일상에서 감사한 마음을 지배적으로 갖고 지내면 더 좋은 일이 찾아올 거라는 생각에 이런 기분을 충만하게 느끼려고 한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계속 감사한 마음을 갖고 기분 좋게 지내기란 너무 어렵다. 월급쟁이가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 그 외 별것 따위에 감정 휘둘리기란 숨 쉬는 것만큼 자연스럽고 쉬운 일이다.
늘 흔들리면서도 흔들리는 내가 싫다. 거기서 느끼는 불안, 미묘한 감정들은 나를 더욱 지치게 한다. 언제쯤 단단한 사람으로 지낼 수 있을까 늘 기대하고 생각한다. 불안을 느낄 땐 곧잘 명상을 한다. 그렇게 눈을 감고 외부로부터 나를 차단하면 좀 진정되는 느낌이다. Calm이라는 명상 앱을 구독하기도 하고, Youtube에서 명상 관련 영상을 자주 보지만 늘 설명하기 애매하고 난해한 게 명상이다.
명상을 잘해보려고 읽기 시작한 책이 있다. 에밀리 플레쳐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 15분의 기적>이다. Youtube에서 오디오북 알고리즘에 뜬 책이다. 책의 내용은 간단하다. 하루에 2번, 아침 기상 후와 저녁 먹기 전에 15분씩 명상을 함으로써 내가 가진 본연의 능력을 넘어 더 효율적으로 일하며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명상을 하는 동안 몸이 휴식하고, 일할 때 나를 방해하는 잡념으로부터 자유로워져 일에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명상을 시작하기 전, 명상을 하는 목적을 명확히 하고 그 목표를 이루고 성과를 내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제트 테크닉(명상법)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집중한 부분은 이 부분이 아니라 명상을 통해 '감정 디톡스'를 한다는 점이었다.
"명상은 명상하는 사람을 마치 스펀지처럼 짜낸다. 따라서 당신 내면에 슬픔이 있으면 명상을 처음 시작했을 때 슬픔이 깃든 스트레스가 빠져나올 것이다. 분노, 분개, 불안을 비롯한 모든 불쾌한 감정 역시 마찬가지다... 몸과 마음이 해독되면서 드러나는 감정이 얼마나 강렬한지를 직접 경험하면 알게 된다... 스트레스는 나갈 때도 들어올 때와 똑같은 기운을 내뿜는다"
제트 테크닉을 시작하고 처음 2주 동안은 중대한 결정을 하지 말라고 저자는 경고한다. 해묵은 스트레스와 감정이 올라오기 때문에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어서인 듯하다. 처음에 나는 저자의 수강생들처럼 그 경고를 우습게 여겼다. 하지만 3일 만에 나는 불안에 떨었다. 그 불안의 원인이 명상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불안을 잠재워보려고 산책도 하고, 불안을 가라앉히는 명상도 해보았지만 점점 더 불안해질 뿐이었다. 그 불안 때문에 나는 안 해도 될 일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고 후회했다. 나에게 스트레스를 줬던 그 사람에게 앙갚음 하는 듯한 말을 했다. 그래도 사그라들지 않는 불안 때문에 나는 결국 의사가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먹으라고 처방해준 진정제를 반알 먹었다. 그제야 사그라들 줄 모르던 불안은 풍선에서 바람 빠지듯 나갔다.
불안의 원인이 뭔지 모르겠지만, 나는 불안과 스트레스, 화에 사로잡혀있었다. 그리고 후회했다. 과한 행동을 하진 않았지만, 안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명상을 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스트레스를 받아 감정이 뒤틀릴 땐 감정 디톡스가 일어나고 있다고 나를 도닥인다. 그리고 조용히 마음 챙김 명상을 한다. 최소한 2주가 지날 때까지 스트레스 때문에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말이다. 불안할 땐 나를 멈추는 것도 방법인 것 같다. 멈추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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