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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twhite Aug 30. 2022

지나고 나서야 아는 것들

나는 헷갈린다. 내가 지금 2017년을 살고 있는지, 2022년을 살고 있는지 헷갈린다. 애초에 이런 일이 생길 거란 걸 나는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네가 내 곁으로, 내 인생으로 다시 들어오는 게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는 것도 자각하지 못했다. 예전 논문 자료를 찾기 위해 하드를 뒤지다 발견한 우리 사진을 보고서야 5년이란 시간이 지났음을 깨달았다. 그때의 우리는 젊고 예뻤다. 그때 내가 사랑을 느끼던 너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나는 너를 많이 좋아했고, 아꼈고, 늘 너의 뒷모습이 안타까웠다. 너를 많이 웃게 해주고 싶었는데 너는 그걸 아는지 모르겠다. 다 지나간 일이니 알아도, 몰라도 그만인 걸까?


너와 내가 각자 다른 지방으로 떠나면서 헤어질 때, 나는 더 이상 너를 볼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 내 인생에 없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우리가 같이 참석해야 하는 모임 따위에는 나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너를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 아니라 그냥 그 모임 자체가 나에게 의미가 없어졌다.


1년 전 네가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로 이직 준비를 한다고 했을 때도 나는 싫었다. 넌 이미 내 인생에 없는 사람이었고, 그동안 우린 서로를 찾지도 않았으니까. 네가 다시 내 인생 안으로 들어오는 게 싫었다. 하지만 네가 힘들다고 말하며 나에게 보인 진심에 나는 받아들였다. 어쩌면 우리가 같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것을. 그래서 너의 이직을 도왔다. 도와주고 나는 너를 멀리할 생각이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랬다. 그렇게 너는 내 인생에 다시 들어왔다.


한동안 가까웠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는 우리 관계는 내게 큰 의미가 없었다. 너의 감정이 널을 뛰고, 너의 기분대로 행동하는 그 버릇, 내가 제일 싫어하는 너의 모습에 나는 더욱 더 너에게 그 어떤 의미도 두지 않았다. 하지만 너와 내가 함께할 일들이 늘어나고 그때마다 나를 챙기는 너의 모습에 고마움을 느꼈다. 어느 순간 네가 내 곁에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옛 감정이 몰려왔다. 너를 좋아하던 그때의 감정이 지금의 나를 지배하는 걸까. 아니면 단지 이루지 못한 과거 인연에 대한 아쉬움일까. 여전히 나는 잘 모르겠다. 이 모호함이 나를 집어삼키고 힘들게 한다.


지나간 시간을 뒤돌아 한가지 알게 된 사실은 너도 상처받았다는 것이다. 너와 내가 엇갈릴 때, 나만 상처받았다고 생각했다. 그 상처로 네가 다시 내 곁으로 오는 게 싫었고 너를 아무 의미 없는 사람으로 두려고 했던거 같다. 하지만 너도 그때 마음을 다쳤다는 것, 그것을 나는 이제야 받아들였다. 그때의 너를 더 이상 미워하지 않고 용서하기로 했다. 나도 모르게 5년 전 그때에 멈춰 서서 너를 증오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너의 상처를 너무 늦게 알아서 미안하다.


지나고 나서야 아는 것이 있다고들 한다. 너를 미워하는 감정을 다 비우고 용서하게 되면, 지금의 몰아치는 이 감정이 사랑인지, 증오와 미련인지 알 수 있을까. 만약 다시 내 삶에서 너가 없어지면, 나는 괜찮을 수 있을까. 너무 많은 생각으로 지친 밤이다.




#사랑 #인연 #미련 #재회 #3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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