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
사랑의 위기 앞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연인으로서의 나의 모습일까, 내가 저지른 과오일까.
위기가 찾아오기 전 내가 놓친 수많은 시그널일까.
내가 마주한 것은 지나간 나의 사랑이다. 지난 사랑의 상처와 헤어짐에서 회복하지 못한 나의 어두운 모습, 아니면 추한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지난 이별에서 제대로 아물지 않은 가슴을 스테이플러로 집어서 어설프게 봉합한 채로 나의 상처는 제대로 아물었다고 믿어버린 순간, 내가 가진 여러 방어기제에 또 다른 방어기제를 추가하고 마는 것이다.
사랑에 대한 방어기제가 한 겹 쌓이고, 또 다른 사랑을 통해 다른 겹을 만들고, 그렇게 두텁게 쌓여 벽을 이룬 나의 마음과 과거는 깊은 곳에 감추고 타인에게 들키지 말아야 하는 것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치유됐다고 믿는 나에겐 이미 털어버린 과거가 되어있다.
과거 얘기를 자주 하는 사람.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믿었다. 한심하게 바란 본 적도 있었다. 나는 완전히 치유됐다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사랑의 위기 앞에서 내가 마주한 것은 지난 사랑에서 한걸음도 떼지 못한 채, 지금의 나의 사랑에 같은 상처를 내고 있는, 그 과거의 나의 모습이다.
지금 바라는 것은 단 하나, 나의 오만이 모든 것을 삼키지 않도록…
#연애 #사랑 #30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