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 잘 맞는 짝꿍 같았다. 멀리서 서로를 보면 다가가서 인사를 하고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그런 사이였다. 타인이 인정할 정도로 너와 나는 그랬다. 더 가까워지려는 찰나에 우리는 서로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준 채로 서로를 외면하고 말았다. 더 이상 손짓 인사도, 저절로 지어지던 웃음도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너에게 실망한 그 밤에 너를 몰아붙였고, 쓰레기라며 낙인찍어버렸다. 핸들에 고개를 처박고 아무 말 없는 너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난 여전히 너에게 기대하며 실망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냐는 너의 질문에 난 너에게 다시 한번 쐐기를 박고 돌아섰다.
수개월이 지난 후에야 너의 뒷모습이 보이고, 너의 짠함이 보이고, 내 눈치를 보는 너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뒤늦게 너에게 미안함을 느끼게 됐다. 비단 너의 잘못만은 아닌데 내가 너를 코너로 몰고 쓰레기라고 낙인찍었구나. 미안해졌다. 나도 그땐 실망감과 배신감에 힘들어서 너를 몰아붙여야만 했다. 그래야 내가 살 수 있었다. 너를 원망하는 힘으로라도.
나흘 전, 너와 나는 허망하게 애틋한 한 사람을 잃었다. 장례식장에서 널 마주했을 때, 내가 너를 몰아붙여 네가 지금 저 사진의 주인공이라면 나 역시 숨도 쉴 수 없을 거란 걸 깨달았다. 증오로라도 네가 살아 숨 쉬며 내 옆에 있음을 난 감사하게 생각했다.
사람을 미워하는 게 아무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도 난 그동안 그 힘으로 버텼다. 더 이상 그 어떤 것으로부터 버틸 이유도 없다는 걸 누군가를 잃고서야 알게 되었다. 이제 모든 걸 내려놓고 예전으로 돌아가는 노력을 해보려고 한다. 너도 그 자리에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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