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정가악회의 악단 '악단광칠'이 미국 시애틀 공영 라디오 방송국 'KEXP'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다. 퓨전 국악 밴드 '씽씽'의 'NPR Tiny Desk' 출연에 이어 국악을 세계 음악 마니아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의 전통문화는 점점 세계로 뻗어 나가는 중이다. '이날치'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 Feel the Rhythm of KOREA > 시리즈는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두고,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는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 Higher Power >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춤을 선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국악의 세계화'라는 표현으로 이들의 성과를 드높였다. 전통문화가 세계로 뻗어 나가며 가장 한국적인 표현들이 "글로벌하게 먹힌다"고 이야기했다. 음악뿐만이 아니었다. <기생충>이나 <오징어 게임> 또한 한국적인 문화가 신선함의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한국 대중문화사를 통틀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격언이 어울리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전통문화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의 것'이 세계적으로 뻗어 나가는 상황에서 전통문화를 정확히 구분할 수 있을까? 우리는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전통 문화와 단절된 모습을 보인다. 흔히 사용하는 '국악'이라는 단어는 전통 음악을 모호하게 묶은 오용된 표현이다. 창(唱)과 기악의 장르 구분 또한 타 장르에 비해 모호하다. 필자 또한 '이날치'의 무대를 보고 '아 판소리구나~' 정도의 인상으로만 신선함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문화는 아티스트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계속 꿈틀거리고 있다. 새로운 음악을 위해 실험적인 사운드를 시도하고 전통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세계 무대를 뛰어다닌다. '힙해진 국악'과 '글로벌하게 먹힌다'라는 표현 이면에는 이들의 진심 어린 노력이 있었다고 감히 추측한다.
<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는 소리꾼 김희재의 친절한 전통음악 안내서다. 김희재는 조통달 명창의 문하생으로 판소리를 시작한 젊은 소리꾼으로, 판소리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청춘소리꾼 희재'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저자는 국악을 향한 관심이 점점 뜨거워지는 상황에서 새로움과 전통의 다리를 놓기 위해 책을 집필했다. <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는 판소리를 어떻게 즐기고 느껴야 하는지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춰 기초부터 친절하고 탄탄하게 설명한다.
[첫 번째 마당-조선 힙의 원조, 판소리가 전하는 이야기]는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기초 설명과 판소리로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 저자의 이야기다. 현시대 코드에 판소리를 접목하고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판소리로 소통한 경험을 서술하며 2021년의 판소리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수궁가>, <흥보가>, <춘향가>, <심청가>, <적벽가>로 이루어진 판소리 다섯 마당을 현대적 관심사에 맞춰 짧은 대목들로 소개한다. 고전을 딱딱하게 설명하지 않고 공감을 끌어내는 방식이 흥미롭다.
[두 번째 마당-우리 소리 사용 설명서]는 전통음악을 구조적으로 풀이한다. 지역마다 다른 가락의 사투리를 친절하게 소개하고 우리나라 전통음악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박자를 설명한다. 그리고 우주를 이해하는 방식을 근거로 서양 음악과 전통음악의 차이점을 설명한다. 또한 판소리의 갈래, 장단을 소개하며 추임새와 문화까지 전반적인 요소들을 다룬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마당-판타스틱하게 잇다, 우리 소리]에서는 세계로 뻗어나가는 국악인들을 소개한다. 흥겨운 음악의 환각 상태로 몰아가는 <악단광칠>과 <씽씽밴드>, 아일랜드 민속악기가 판소리와 만난 <두 번째 달>, '범 내려온다'의 <밴드 이날치> 등 경계가 없는 그들의 음악과 300년 지층이 쌓인 '명창의 소리'까지 소개한다.
<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는 판소리의 시작부터 현대적인 흐름까지 망라하는 안내서다. 국악의 유행으로 '힙한' 이유를 찾고 싶은 음악가들에게, 혹은 '추다혜차지스'나 '이날치', '악단광칠'과 같은 음악가들에게 빠져 전통음악을 더욱 알고 싶은 리스너들에게 추천한다. <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처럼 전통음악을 향한 깊은 애정이 대중들에게 전달될 때 대중들은 전통음악을 즐기고 사랑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앞으로 더욱 멋지고 새로운 전통음악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57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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