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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na Apr 03. 2022

스물다섯, 스물 하나 기억 소환

희도와 이진의 이별, 20대는 부정하고 30대는 이해한다던데…?

드라마 타령 좀 해야겠다. 스물다섯, 스물 하나.

뭐라고 이 드라마는 마음을 이렇게 흔들까.


드라마가 막바지로 향하면서 대중의 반응이 심상찮다.

“나희도 선수, 늦었지만 결혼 축하합니다”라는 백이진 앵커의 멘트가 나온 지난 주말, 여러 커뮤니티가 불타올랐다.

이진과 희도, 두 사람 행복하게 해 달라며 이별을 결사반대하는 댓글 행렬들을 비웃으며 홀로 속삭였다.

‘나는 왜 때문에 이별까지도 다 이해되는 것이냐’

희도와 이진이의 이별을 부정하면 20대고 이별마저도 이해되면 최소 30대 이상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나이는 못 속인다.


그러니까 나는, 뭘 해도 마냥 예쁜 희도의 나이를 지나고 폭풍 같았던 이진이의 나이를 거쳐 오늘까지 살고 있다.

희도의 나이 때 그녀처럼 예쁜 사랑을 했고, 이진의 나이 때 한국을 떠나 뉴질랜드로 왔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지나간 시간 속 내 모습을 본다. 아직 어린데도 어린 줄 모르고 어쭙잖게 어른처럼 굴며 지나온 나의 어여뻤던 20대.


얼마 전 책 속에서 본 문장들이 오래오래 마음 안을 헤집고 다녔다.


어느 프랑스 인류학자는 말했다. 인간의 자아는 나이 들어감에 상관없이 계속해서 젊은이의 영혼을 지닌 채 살아가는 비극적인 운명 속에 놓여 있다고. 언제까지라도 자신이 어리고 젊었을 때처럼 연약한 상태로, 애정을 갈구하는 위치에 서 있다고 착각하면서.
- 2021 제12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전하영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중


참 이상해. 아직도 나는 스물한 살 어느 봄날, 사랑만 가득했던 그때 그 시간을 바로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다.

그날의 날씨도, 풍경도, 촉감도 선명하다.

스물다섯, 두 주먹을 꼭 쥐고 용기를 내고 또 냈던  그날의 기억 덕분에 오늘을 감사하며 산다.

낯선 땅, 낯선 이들 사이를 하염없이 걷고 또 걸으며 차오르는 불안을 걷어내던 그날.


잊으려 노력할수록 또렷해지고 선명해지는 그 시간들.

가끔, 종종, 왕왕, 자주. 그 기억에 힘입어 산다.

아주 오래 그럴 것 같다. 어쩌면 영원히.

희도와 이진이도 그런 것 같다.


어쩌다 보니 드라마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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