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원회 유감
1
사전에서 ‘위원회’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풀이되어 있다.
일반 행정과는 달리 어느 정도 독립된 분야에서 기획, 조사, 입안, 권고, 쟁송의 판단, 규칙의 제정 따위를 담당하는 합의제 기관. 특수한 행정 분야에서 일반 행정청의 권한에 소속시키는 것이 적당하지 않은 행정 사무를 맡아보기 위하여 등장한 제도이다. - <표준국어대사전>
나는 이 뜻풀이에 등장하는 단어들 두 가지가 위원회라는 기구의 본질을 함축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독립’과 ‘합의’가 그것이다. 독립은 두 측면에 걸쳐 있어야 할 것이다. 위원회가 소속되는 기관으로부터의 독립과 다른 위원들로부터의 독립이다. 합의는, 가령 위원장이나 ‘빅 마우스(Big Mouth)’ 위원의 독단적인 결정에 휘둘리는 것을 막아 주는 원칙이다.
지금 우리나라 위원회문화(?)의 가장 큰 문제가 이러한 독립성과 합의성과 관련한 측면에 있다. 위원들이 위원회의 독립체적이고 합의체적인 본질을 간과하는 순간 위원회 회의나 토론이나 토의는 상급기관이나 위원장의 거수기나, 위원들 간에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기지를 놓고 겨루는 경연장으로 전락하고 만다.
2
국가교육위원회 누리집 초기 화면에는 “국가교육위원회, 미래 교육의 청사진을 만들겠습니다.”라는 묵직한 문구가 아로새겨져 있다. 국가교육위원회라는 이름만으로도 중대한 공적 책무감이 절로 느껴진다. 그런 기관에서 ‘고교 내신평가 외부기관 출제’ 같은 ‘기괴한 아이디어’가 위원회 안에서 별다른 저항 없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한다. 기함할 일이다.
이 위원회는 5성급 호텔을 빌려 회의를 했다고 한다. 이런 아이디어(도 되지 않는 비교육적인 망상)을 놓고 고담준론을 펼치기에 최소한 ‘5성급 호텔’ 정도의 수준이어야 국가교육위원회다운 회의 장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는 화도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