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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 Feb 10. 2021

첫 직장, 퇴사했습니다

4년 차 직장인이 퇴사를 하게 된 이유

2020년 9월, 만 3년 반 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4학년 마지막 학기를 마치고 졸업유예를 신청한 지 한 달 만에 인턴으로 입사한 첫 직장이었다. 한 달만 이라고는 하지만 한 번에 붙었던 것은 아니다. 6번의 인턴 면접 끝에 붙었던 의미 있는 성과였다. 요즘도 그렇지만 내가 대학생을 때도 취업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3, 4학년이 되면 휴학을 하고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고 인턴을 하고 다들 걱정도 많고 열심히 했다.

 

3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취업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던 그 당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그냥 부딪히며 직접 경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3학년 겨울방학부터 4학년 1학기까지는 토익을 준비했다. 복수전공을 하고 있어 4학년 때는 1, 2학기 모두 21학점을 꽉 채워 듣고 여름방학에는 계절학기를 들었다. 그리고 취업과 관련된 대외활동 2개를 하고 취업, 면접 특강을 들으며 1년을 보냈다. 그 사이 인턴을 하기 위해 반년 동안 6번의 인턴 지원을 했다. 그렇게 마지막 6번째로 지원했던 회사에 인턴으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굉장히 가고 싶던 회사였고 '덕업 일치'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누구나 아는 기업은 아니었지만 그 분야에서는 나름 이름이 있는 곳이었다. 자기소개서를 접수하고 1차 합격 연락이 왔다. 채용담당자는 내가 지원한 포지션은 이미 인턴으로 뽑힌 사람이 있어 같은 팀에 다른 포지션으로 면접을 보아도 괜찮냐고 했다. 아쉽지만 그것이라도 좋으니 참석하겠다고 했다. 사실 다른 기업의 2차 면접과 시간이 겹쳐 있었다. 1차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기에 그곳으로 가는 게 더 나은 선택 같았지만 너무나 가고 싶던 회사였기 때문에 2차 면접을 포기했다. 다른 기회를 포기한 만큼 꼭 합격하고 싶었다.


사전에 면접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보고 실제로 인턴을 했던 사람을 찾아 질문을 하기도 하며 준비했다.

드디어 면접날이 되었고 면접은 6명의 지원자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서로 다른 의견을 받아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제휴 포지션이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확인하려던 것이다. 면접은 나쁘지 않았다. 특히 마지막 질문 시간에 업무와 관련된 질문을 많이 했는데 그것이 좋은 평을 받아 합격하고 원하던 회사에 들어가 일을 하게 되었다. 인턴 기간에 운이 좋게도 MD 포지션을 제안받아 결국 원하던 일을 할 수 있었다. 입사 당시를 회상해보니 그때의 나는 의욕적이고 꽤 대단했다. 원하는 것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다.


3년 반 동안 다니던 그 회사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업무 강도가 낮지 않았기에 참을성과 인내심이 늘었고 메인 MD로 일했기 때문에 큰 책임감을 가지고 운영과 기획에 관련된 대부분의 업무를 했다. 분명 배운 것은 많지만 업무량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나중에는 내가 일을 컨트롤하는 것이 아닌 일에 내가 휩쓸려 버렸다. 매일 야근을 해도 일이 줄지 않자 나는 자신을 탓했다. 일을 못하는 내가 문제이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일들을 다 해낼 수 있는지 몰랐다. 단순 업무뿐만이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한계에 몰리는 기분이었다.


프로모션 기획을 했지만 나 자신을 기획하지는 못했다. 주된 업무가 기획이었는데도 나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법은 몰랐다. 그저 몰아치는 일을 꿋꿋이 하다 보면 언젠가는 일이 늘고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일을 ‘잘’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그렇게 번아웃이 오고 일을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상황이 됐다. 그냥 주어지는 일을 급하게 처리할 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왔다.


그렇게 가고 싶던 회사였는데 더 이상 다니기 힘들었다.

‘나’라는 사람을 모르겠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게 되었다.


왜 이렇게 무기력할까?

왜 이렇게 동기부여가 안 될까?

왜 미루게 되는 걸까?

어떻게 해야 행복할까?

나는 언제 행복을 느낄까?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일까?

내게 당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더 이상 회피하지 않고 내가 ‘나’로서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것이 무의미해져 내가 더 망가지기 전에 살아야 했다.


그래서 퇴사를 했다.


퇴사 후 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많은 생각을 했고 생각만으로는 정리되지 않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걸음 떨어져 생각해보니 배운 것이 많은 회사 생활이었다.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한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어 내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면서 내 생각이 정리되고 일을 하던 나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덕업 일치'를 꿈꾸고 일을 했던 입장에서 같은 길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도움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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