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인생 2막 아빠 에세이]
뭐가 그리 힘들었을까. 남들 다 다니는 회사. 그냥 참고 다니면 되지. 지금 생각하면 그런 생각도 들지만 그땐 정말 힘들었다. 남들은 잘도 참고 다니는 것 같은데, 난 참을성이 없나 싶기도 했고. 이유야 어쨌든 나는 힘들었다. 미국에서 오랜 기간 자유롭게 살다가 한국에서 군대 같은 조직 생활에 적응하려니 더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멈췄다. 어떡하든 따라 가려 열심히 달렸지만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열심히 일해도 삶은 나아지지 않을까? 새벽부터 일어나 성실하게 일해도 삶이 나아지지 않은 이유는 무작정 남들 따라 달렸기 때문이다. 무작정 남들 따라 달린 건 삶의 목표, 꿈이 없었기 때문이고. 한마디로 내 갈 길이 아니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니 남들 하는 일 따라 했고, 남들 하는 일 따라 먹고살기 위해 맞지도 않는 일을 마지못해 했으니 쉽게 나가떨어졌다.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자신에게 묻지도 않았다. 물어본 적도 없었다. 물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퇴사 후 멈추니 비로소 지난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살아왔구나. 뭘 하고 싶은 줄도 모르고. 남들 가는 데로 따라가며….’ 인생의 목적지가 없으니 어디로 갈 줄 모르고, 남의 뒤꽁무니만 쫓아다녔다. ‘내 인생의 목적지는 어디지?’ ‘어떻게 살고 싶지?’ ‘하고 싶은 일은 뭐지?’ 멈춰서 스스로 질문하다 보니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먼저 나를 알아야 한다. 출발은 나에 대한 통찰이다. 자기 성찰이다. 노자가 그랬다. ‘남을 아는 자는 지혜롭고, 자신을 아는 자는 밝다’고. 나에 대한 통찰은 자신에게 질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질문을 해야 하는 이유는 질문이 없으면 답이 없기 때문이다. 질문이 없는데 어떻게 답을 구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스스로 물어야 한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무엇을 하며 어떻게 먹고살 길 원하는지. 셀프 질문 후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질문만 던져 놓고 답을 듣지 않으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다. 마음이 답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고요히 하고 귀 기울여야 한다. 들릴 때까지 반복해서 묻고 또 물어야 한다. 그러다 기대치 않았던 어떤 순간, 갑자기 떠오를 것이다. ‘아, 나는 이런 일을 하고 싶다.’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오를 수도 있다. 아, 나는 이런 일을 좋아했었지. 그런 일을 할 땐 정말 즐거웠어. 시간 가는 줄 몰랐어. 그래서 크면 그런 일을 하고 싶었지. 그런데 어른들이 극구 말렸어. 그런 일론 먹고살 수 없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내 말 듣고 다른 일 하라고. 많은 사람이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그래서 그런가 보다 하고 포기했던 일, 좋아했던 일, 하면 즐거웠던 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했던 일 중에 하고 싶은 일의 씨앗이 숨어 있다. 묻고 또 물으며 한 생각에 골몰하다 보면 자극이 되어 잠재의식에 남아있던 기억이 어느 순간 불현듯 떠오를 것이다.
과거 경험에서 찾을 수 없다면 미래에 물어보는 것이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먹고사는 데 문제가 없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은가?’ 그래도 안 되면 현재에 묻는 것이다. ‘지금 제일 부러운 사람은 누구인가?’ ‘설레는 일은 무엇인가?’ 지금 내가 제일 부러운 사람은 베스트셀러 작가다. 설레는 일 역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이고. ‘김작가님~.’ ‘어머, 베스트셀러 작가시네. 어쩜….’ 설레지 않는가. 나만 그런가.
여러가지 질문에 대한 답 중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먹고살 가능성이 높은 일부터 시작해 보는 거다. 나의 경우는 장사였다. 그래도 자신이 없다면 일단은 눈앞에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자. 뭐든 일단 부딪혀 보는 거다. 당장 할 수 있는 일로 생계를 이어가며 단계를 밟아 하고 싶은 일과 연결하는 거다. 먹고사는 일이 힘들다고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면 계속 힘들게 먹고살아야 한다. 결국, 최소한의 생계만 유지되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용기를 내야 한다. 그러려면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알아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알려면 우선 나를 알아야 한다. 나를 알아야 내 인생 살 수 있다. 남 눈치 안 보고, 비교하지 않으며 내 갈 길 갈 수 있다. 당신은 당신의 인생을 살아라, 나는 나의 인생을 살겠다는 쌈 마이웨이 정신으로 살 수 있다. 나를 알려면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물어야 산다.
멈춰서 질문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