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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지 Sep 28. 2021

그러니 너도 행복하렴

"다들 진짜 행복해 보이지? 그러니 너도 행복하렴 친구야"

사랑하는 언니이자 친구인 A 콜카타 이틀 차인 나에게 해주었던 말이다.


"다들 진짜 행복해 보이지? 그러니 너도 행복하렴 친구야"



 많은 이유들과 물음을 안고 출발했다. 나에게 인도란 반드시 넘어야할 산이었다. 분명 그 너머엔 내가 추구하는 답이 있을거라 생각했다. 밤을 꼴딱 샌 채로 배낭을 맸다. 그리고는 아슬아슬하게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보딩타임보다 6시간이나 이른 시간이었다. 쿵-쿵-쿵-쿵-. 잠을 못자서 였는지, 인도 때문이었는지, 심장은 여느 때 보다 훨씬 빠르고 강하게 뛰었다.


시간이 흘러 나는 마침내 출국심사대를 지나 게이트로 향했다. 보딩타임을 기다리며 금방 포장해 온 햄버거를 먹기 시작했다. 급하게 먹지도 않았는데, 왜인지 이 햄버거를 다 먹으면 꼭 체할 것 만 같았다. 그러자 눈물이 났다.


 '그 많고 많은 나라 중에 도대체 왜 인도에 가야하는 건데?'


나에게 물었다.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다. 햄버거를 입 안 가득 물고는 엉엉 소리내어 울기만 할 뿐이었다. 그제야 무서웠다. 정말, 정말 무서웠다. 짧았던 유럽, 밤에 돌아다녀도 안전했던 뉴질랜드, 우리나라와 다를 것 없었던 일본, 친구들이 함께 했던 중국. 이 나라들을 여행한 것 만으로는 이번 여행이 잘 끝날 거라 확신할 수 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당장 내가 왔던 길 그대로 돌아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무서움에도 불구하고 궁금했다. 도대체 무엇이 나를 이렇게 두렵게 만드는 것인지, 도대체 얼마나 더럽고 치사하길래 사람들이 그렇게 치를 떨고, 도대체 왜 그런 곳이 그리워지는지. 3년 전 첫 유럽여행을 마치고부터 그려온 꿈의 인도는 어떤 모습일지. 입에 남은 햄버거를 삼킨 채 델리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배낭을 메고 두시간을 내리 걸었던 탓에 에어컨이 절실했다. 카페에 들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그리고는 엄마와 통화를 했는데, 엄마가 보이스톡을 받자마자 눈물부터 나왔다. 길을 잃을까 두려워서, 알고도 사기 당한게 억울해서, 내 발로 이곳에 온 게 원망스러워서. 집에 가고 싶다고, 나는 이곳이 너무 싫다고 그렇게 사람들이 다 쳐다볼 정도로 울었다.


 가까스로 에어컨 숙소를 구했다. 봉사자 등록도 무사히 마쳤다. 그러자 해가 졌다. 방 앞 옥상에 나왔다. 어둠 속에서도 여전히 경적 소리는 그칠 줄을 몰랐고, 개 짖는 소리, 사람들 말소리가 한데 섞여 더 큰 소음을 만들어내는 중이었다. 또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왜 왔을까. 잘 할 수 있을까. 거리의 가로등이, 거리의 소음이, 거리의 사람들이 사그라들기 전까지 잠 못드는 첫 날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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