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슬픔에 잠식된 나마저 사랑하는 사람, 이별 중독자
중독 :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 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
해로운 것임을 알면서도, 해도 썩 좋은 것을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끊을 수 없는 상태, 중독. 나는 모르는 사이 이별에 중독되어 버렸다. 너를 사랑하여 세번이나 연애한 것이 매년 이별을 맞이해야 하는 이유가 될 줄은 몰랐다. 알았더라면 기적의 3%에 우리가 속할 거란 희망을 품었을리가 없겠지.
가장 최근의 연애를 끝내고, 첫사랑과의 이별부터 끄적여 놓았던 일기장을 열어보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주어를 제외하고는 방금 써내려간 글처럼 읽혔다. 대부분의 날들에 비슷한 감정을 느꼈고 비슷한 반성을 했고, 심지어는 그들마저도 내게 비슷한 태도를 내비쳤다. 아, 이정도면 내가 선택하는거다. 그래, 이 이별도 내가 선택하는거야. 난 비슷한 사람들과 비슷한 이유로 헤어지고 비슷한 우울을 느끼는 이런 행위를 사랑하나봐. 이별에 중독됐나봐.
여태 이별을 놓아주지 못하는 건 구질거리지만, 이런 구질한 글을 세상에 내어놓는건 또 쿨하고, 다 드러내자 마음을 먹다가도 누군가 이 글을 읽고 내게 실망하진 않을까, 또 동정하진 않을까 여러 고민에 빠져버린다. 그렇지만 도저히 이 중독을 스스로 끊기 어려울 것 같아 드러내기로 했다. 이별 까짓게 뭐라고 언제까지 나를 갉아먹게만 둘 수는 없다.
그렇게 10년이 넘도록 비슷한 이별을 겪어왔지만, 누군가와는 여전히 친구로 누군가와는 완벽한 단절의 관계로 갈라섰다. 비슷한 이별을 겪은 뒤, 애도기간을 갖고 그들을 정의내리는 순간에야 완벽한 이성이 돌아온다. 그제야 이별과도 이별하고 지난 인연들을 이성적으로 돌아보게 되는 때가 찾아온다.
이번 이별도 그렇게 보내줘야지. 마지막 중독이 되길 바라며 써내려가는 글에는 내 모든 진심을 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