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낭만 사이
지난 여름,
메모장에 끄적여 두었던 일상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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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보리차가 먹고 싶은 날이 있다. 냉장고에 차갑게 보관된 얼음 없는 고소한 보리차. 유리병에 담긴 보리차를 콸콸콸 따라 한숨에 꿀꺽꿀꺽 넘기고 나면. 캬-하는 탄성이 나온다. 아마도 이 기쁨을 누리게 해 줄 누군가의 정성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밤. 민소매 나시를 입은 그녀는 주전자 가득 물을 담아, 보리차를 팔팔 끓였다. 주전자를 통째로 한 김 식히고 나면, 그 물은 유리병에 담겨 여름의 매일을 지켜주었다. 어떤 날은 경동시장에서 사 온 기억나지 않는 약재가 들어가 있기도 했는데, 정확히 어디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물이 몸에 좋았다는 이야기만 기억이 난다. 보리차 못지않게 그 물 맛도 좋았다.
독립을 해서도,
여름이 되면. 문득 보리차가 생각난다.
끓인 물을 내주는 식당을 만나면 반갑고,
누가 이 물을 끓인 걸까
고개를 쏙 내미고 찾아보게 된다.
그 정성이 그리 고마울 수가 없다.
내게
겨울에 끓이는 물은 낭만이고.
여름에 끓이는 물은 사랑이다.
올여름은 사랑을 담아
보리차를 팔팔 끓여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