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자연 앞에선 속수무책 연약한 우리..

by 정은영


굉장했었다..

어제 한낮에 들이닥친 해일은..

내 생애 만난 적이 없는...


하필 학교 파한 아이를 만나기 위해

떠나

두 블록쯤 지나가는 도중이었고

아이는 이미 우리가 늘 만나오던 장소로 떠난 후였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미리 문자라도 보내

해일이 그칠 때까지 움직이지 말

기다리라고 말했을 텐데..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고

눈치채지도 못한 채 여느 때와 비슷한

흐린 날이지 싶었는데..


천지개벽에 소리를 하며

쏟아져 내리는 돌멩이 같은

얼음 덩어리들이 차 지붕 위로 겹겹이 쌓이고

이미 시야는 두터운 얼음벽으로 가리어져

오도 가도 못한 채 포위되어

도로 한가운데에서 있을 수밖에..


안전하게 근처 건물 안으로 들어가 있다는

아이에 전화는 받았지만...

도저히 이대로는 더 나아갈 수 없어

차라리 집으로 되돌아 가려고

수없이 오가던 길이란 촉 하나 의지하여

더듬어 집에 돌아와 큰 숨 몰아세우고

무소불위의 기세가 수그러들길 기다리고있었다.


20여분이 지났을까..

얼음덩어리가

차차 물줄기로 바뀌어 가는 듯하여

다시 차를 몰고 나오니

수북이 쌓여있는

도로에 얼음덩어리며 비바람이

여전히 만만찮은 환경이다


내 몸에 모든 운동신경을 추슬러 핸들을 잡고 아이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푸르른 기상을 꿈꾸던 나뭇잎들이

빈 가지로 초토화되어 그들에 발아래

무덤이 되어 수북이 쌓여있다


평화롭던 주택가의 정원은 사라지고

메뚜기떼들에 공격을 받은

영화 속에 처참한 장면들이 떠올려지는

꽃들에 죽음들...

어제까지 아름다웠던 너였는데..


얼음덩어리가 조금 더 컸었더라면..

한 시간 이상을 더 왔더라면..


얼마나 연약한 우리들인가...


이전 10화늦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