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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지영 Dec 13. 2023

네, 그럴게요.

“올해는 진짜 아무 것도 한 게 없어.”

즉문즉답 시간도 아닌데 배지현 자매님은 내 말에 재빨리 대꾸했다.

“뭐가 없어? (웃음) 병원 많이 다녔잖아.”


팩트 위주로 조지는 자매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면역력 결핍으로 내가 구안와사 걸렸을 때, 빨대 음료 마셔보라고(불가능) 강제규하고 둘이서 나를 놀린 사람이다. 내가 급체했을 때는 엄지손톱 크기의 환 소화제를 줘서 즈그 언니를 질식사 시킬뻔한 사람이다.  


공부하는 사람은 달랐다. 한동일 작가님은 올해 한 게 아무 것도 없는 게 아니라고, 지금 살아있다는 게 가장 큰 승리라고 했다. 내년을 살기 위해 필요한 건 지금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라고.


살아있기 위해 다음주에 어디 가야 한다. 어머니들은 보통 집을 비울 때 곰국 끓이고 반찬 만든다. 요리할 줄 모르는 나는 이불 빨래를 한다. 홑청을 뜯어서 세탁기에 돌리고, 이불솜과 베개솜, 그리고 중2님의 고양이 인형 두 마리를 건조기에 살균한다. 어제 시작한 이불 빨래를 오늘까지 치밀하게 진행하면서 이제는 호텔 이불 말고 차렵 이불을 사자고 다짐한다.   


곁길로 새지 말자.ㅋㅋㅋㅋ

100쇄를 돌파한 한동일 작가님의 <라틴어 수업>은 예전에 읽었다. 올해 1월에는 독서 모임 ‘오독오독’에서 <한동일의 공부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시 펴보니 “공부는 쉽든 어렵든 매듭을 짓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문장에 별을 여러 개 그려놨다. 살아가는 일도, 글 쓰는 일도, 공부처럼 매듭 짓는 게 중요하다면서.


시골집 토방에 엎드려서 책을 읽던 먼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수 많은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웃게 하고 설레게 하고 울게 하고 자라게 했던 문장들을 지나 만난 <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  가장 먼저 와 닿은 문장은 다음과 같다.


“부모를 떠나십시오.”


네, 그럴게요.


#군산한길문고

#한동일작가님

#한동일의라틴어인생문장

#한동일의공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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