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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지영 Sep 11. 2024

'미녀 작가'라는 왕관 ㅋㅋㅋ

얼굴에 뭐 바르면 무게가 느껴지곤 한다. 덕분에 화장품에 돈을 쓸 수 없었고, 어느새 집안의 재력가(우리 식구 중에서는 가장 돈 많음 ㅋㅋㅋ)가 되고 말았다.  


코로나 직전에 큰시누이, 조카 서연(작은시누이 딸), 강썬님이랑 오사카 교토에 간 적 있다. 숙소는 에어비엔비, 거실에 짐을 싹 부려놓고 지냈다. 함께 시간을 보낸 큰시누이는 배지영의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마흔 넘은 여성이 왜 스킨 하나만 달랑 바르는가. 군산 돌아오자마자 유수분 밸런스를 강조한 화장품 세트를 사주었다.


코로나 시기에 강제규와 친구들은 입대했다. 훈련소에서 퇴소하거나 휴가 나올 때에 군부대의 핫템인 달팽이 크림과 얼굴에 붙이는 팩을 사왔다. “엄마 피부 걱정해줘서 고마워. 다음에는 꼭 그냥 와.” 순도 100퍼센트 진은 아이들에게 닿지 않았고, 2년 여 동안 받은 화장품은 다른 사람들한테 종종 나눠주고도 내 서랍장에 쌓였다.


열흘 전 열렸던 군산 북페어. 전국 곳곳에서 오신 독자들이 한길문고와 책나물 매대에 찾아오셨다. 감사합니다! 커피와 디저트(안 좋아해요. 이슬만 먹고 삽니다. 책 사주신 것만으로도 저한테는 최고의 선물)를 건네주시기도 했다.


목포에서 오신 서은영 선생님은 내가 앓는 불치병(샤프 두 개 병)을 알고 있었다. ‘미녀 작가 배지영’이라고 새긴 샤프 연필을 선물로 주셨다. 샤프 연필을 머리맡에 소중하게 두고 잤더니 다음 날부터 얼굴에 뭐 바른 것처럼 무게가 느껴졌다. ‘미녀 작가’라는 왕관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뭐라도 해야지. 유통 기한 지난 팩을 꺼냈다. 목표는 1일 1팩.


효과? 드라마틱했다. 전과 다르게 거울을 자주 봤고 목에 생긴 작은 것들을 발견했다. ‘유통 기한 지난 팩 때문이겠지, 안 붙이면 되지 뭐.’ 그런데 자꾸 신경 쓰여서 생애 처음으로 피부과에 갔다. 장장 2시간을 기다려서 만난 의사 선생님은 희망적인 얘기를 하셨다. “화장품 때문이 아니에요.” 대신에 레이저로 뭐를 해야 한다고.


나는 ‘미녀 작가’. 드디어 피부과에서 돈을 쓰게 됐다.ㅋㅋㅋㅋㅋㅋㅋ      


#절약가

#피부관리

#1일1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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