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를 모르겠지만(정말??) 1년에 한 번씩은 아파트 지하 주차장 기둥에 차를 박거나 긁는다. 올해의 ‘셀프 교통사고’는 아직. ㅋㅋㅋㅋ
“바람이 다르네. 내일 아침에는 배지현 자매님이랑 월명공원에 가야겠어.”
오전에는 당진시립도서관, 오후에는 군산시립도서관에서 일하고 집에 오면서 혼잣말을 했다.
휴일 아침 지하 주차장은 이중주차에 거의 만차. 올해의 ‘셀프 교통사고’ 발생이 우려된다. 차 긁고 울어봤자 소용없는 일, 우리 아파트 단지와 옆 아파트 단지 사이 골목길에 주차했다. 집까지 걸어오면서 배지현 자매님과 최길림 계주님이 있는 단체방에 산에 갈 거냐고 물었다. 둘 다 좋아할 줄 알았다.
여성 셋이 모이면 스무 걸음에 한 번씩 “좋다! 좋다!” 감탄한다. 호수 쪽으로 바짝 붙여서 새로 낸 데크 길에서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 도착한 사람들 같았다. 좋다, 아름답다, 잘 왔다, 외에 다른 말은 몰라? 한국말 너무 어려워?ㅋㅋㅋㅋ
조도의 변환 기능이 존재하는 편백숲. 비로소 나는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동영상 찍을 거니까 너네 둘은 조용했으면 좋겠어.”
새소리와 편백 나무 사이로 스미는 빛이 동영상에 담겼다. 아름다웠다. 한 가지 일을 더 해도 될 것 같았다. 나는 머리를 조아리고서 공손한 한국어로 말했다.
“15주 동안 셔플 댄스 배우거든. 저번 주에 첫 수업 했고 오늘까지 숙제 올려야 해요. 나 춤추는 거 다리만 나오게 해서 15초만 찍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