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에 사계절 출판사 최일주 팀장님과 이혜정 부장님이 한길문고에 찾아오셨어요. 저보고 글쓰기 에세이를 써보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선망했던 출판사인데, 하필 글쓰기 책이라니.....
안 배워도 할 수 있는 게 글쓰기인데....
(제 글쓰기 수업에서는 말줄임표를 생일에만 허용해요. 1년에 한 번, 식구들과 친구들이 몰라줘서 괜히 서운한 오후 4시쯤, “오늘 내 생일인데....”라고 할 때만요. 이론과 실제는 다르네요. 너무 거시기 할 때는 생일 아니어도 씁시다.ㅋㅋㅋ)
‘사람들은 왜 글을 쓰고 싶어 할까?' 글쓰기 에세이 책을 제안받고 나서는 난생처음 질문 받은 사람처럼 고민했죠. 우연이 남발하는 고대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고난에 처하면 짜란! 하고 귀인이 나타나잖아요. 저한테도 답을 알려줄 귀인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사계절 출판사 편집팀에 물어봤죠. 이렇게 대답해 주셨어요.
“글쓰기 에세이는 글쓰기 스킬은 아닌 것 같아요. 글쓰기 책을 읽는다고 해서 갑자기 되는 것도 아니고요. 글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관점, 용기라고 생각해요. <소년의 레시피>를 보면, 내 아들 이야기가 얼마나 공감이 될까? 사람들은 그런 글감을 갖고 있어도 용기 있게 못 썼을 것 같아요. 좀 더 진지하게, 좀 더 재미있게, 애정을 가지고 바라본 거잖아요.
개인적인 이야기 속에 재미와 통찰이 살아 있는 게 작가님 글쓰기의 핵심이자 매력이에요. 자신의 경험을 통한 객관적이고 실용적인 통찰, 더불어 '글을 쓰고 싶은 독자'에게 도움 되는 에세이에 대한 텐션을 놓지 않고 써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찌릿했어요.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한길문고 상주작가로 일하면서 100회 이상 했던 글쓰기 수업을 주제이자 소재로 삼고서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을 썼습니다. 부제는 ‘독자에서 에세이스트로’.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덕분에 저는 여전히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미래의 에세이스트들을 만납니다. 내일은 경남 창녕 도서관에 가고요, 또 며칠 뒤에는 온라인으로 대구 신천도서관 독자 60여 명을 만납니다. 신천도서관 강연 담당 선생님은 저보고 활동, 이력, 수상을 최대한 많이 밝혀주라고 하셨어요. 저는 겸손 너무 힘든 사람이라 소상히 밝히면서 혼잣말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