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은 눈의 고장이다. 내가 자란 전남 영광도, 스무 살 이후부터 살고 있는 전북 군산도, 1년에 18회씩 가는 충남 당진도.
2022년 겨울이었다. 서해안답게 눈이 많이 왔다. 도로나 아파트 주차장에 쌓인 눈을 포클레인이 와서 치웠다. 다음날이면 하늘이 시커멓게 내려앉고 또 눈이 쏟아졌다. 반가운 사람이 온다 해도 “눈 녹고 나서 얘기해.”라고 말하는 게 야박하지는 않았다.
충청도 사람인데 왜 느긋하지를 못할까. 당진시립중앙도서관 김도희 주무관님은 눈 녹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군산 한길문고로 찾아왔다. ‘1인 1책 쓰기’ 수업을 맡아주라고 했다. 우리는 사우나를 같이 한 사이는 아니지만, 밥도 같이 먹고, 전화 통화도 많이 하고, 카톡에 ㅋㅋㅋㅋㅋㅋㅋㅋ을 쓸 수 있는 사이로 발전해 있었으므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여 작년에는 16명의 선생님들이, 올해는 13명의 선생님들이 ‘내 책’을 쓰는 멋진 삶을 살게 되었다. 나도 애쓰고, 원고 마감을 지키며 어떻게든 글을 쓴 선생님들도 애썼지만, 이 판을 기획한 김도희 선생님이 가장 멋지다고 생각한다. 올해 참여한 김미경 선생님은 그 점을 간파했다.
“좋은 기회에 많이 배웠습니다. 이 또한 김도희 선생님 덕분입니다. 그동안 표현은 못 했지만 정말 감사했어요. 한 사람(도희샘)의 역량이 도서관보다 더 큽니다. 제게는요.”
그러나 왕관은 내가 썼다. 자세히 보시라. 팔찌, 귀걸이, 반지 다 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