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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지영 Oct 06. 2024

환대

창녕도서관 가는 날에는 모든 게 완벽했다. 몽글몽글한 구름, 제습 기능을 자동 설정해 놓은 듯한 공기, 터널을 통과할 때마다 더 웅장해지는 산세, 그리고 허투루 돈을 안 쓰겠다고 결심한 사람처럼 이것저것 먹을 걸 싸 온 최길림 계주님(옛날에는 바리바리 들고 다니는 사람이 창피했어요. 엄마, 미안. 근데 꼭 솥단지까지 갖고 다녀야 했냐고요).


지난 2월 1일에 잡힌 강연이었다. 경남도교육청 창녕도서관 담당 선생님은 KTX가 정차하는 대구역까지 마중 나오겠다고 했다. 나는 KTX가 지나가지 않는 군산에 살고 있으니까 운전해서 갈 거고, 스파디움 따오기 호텔에서 혼자 묵은 적도 있어서 창녕은 낯설지 않다고 답장을 보냈다. 진짜 궁금한 건 속으로만 물었다.  


‘선생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을 어떻게 아신 거예요?’  

창녕도서관에는 부산 사는 주머니 작가님(배지영 작가 전국 팬클럽 회장)이 꽃바구니를 들고 먼저 와 있었다. 창녕에 미리 집 사고 땅 사서 농사지어 떡을 해놓을 분인데 책이 안 팔려서 그만.ㅋㅋㅋㅋㅋ 여러분! <나는 돈 버는, 행복한 경단녀입니다> <저는 주식 좀 하는 아주머니인데요> 부탁드립니다. 도서관 희망도서대출 해주셔도 너무 감사합니다.


모객이란 무엇인가. 한길문고에서 상주 작가로 일하며 늘 품었던 의문이다. 사람 마음을 얻고 사람을 모이게 하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강연 당일에는 노쇼 걱정하느라 초조한데, 창녕도서관 문화강좌실은 쓸쓸하지 않았다. 글쓰기에 관심을 가진 창녕 독자님들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을 들으러 오셨다.


귀한 시간이 헛되지 않아야 한다. 읽고 쓰기를 좋아하는 소도시 사람이 어떻게 전업 작가가 되었는지, 그리고 배지영 작가 글쓰기 수업에 온 선생님들이 어떻게 ‘독자에서 에세이스트’ 가 되었는지를 얘기했다. 친구 최길림 계주님, 주머니 작가님, 기옥숙 장학사님, 도서관장님이 지켜보고 있어도 일하러 온 사람의 자세를 유지했다. 풉! 함께 웃음이 터지는 순간을 몇 번이고 만들었다.


“소고기 어때요? 창녕은 한우 유명해요.”


강연 끝나고 기옥숙 장학사님(2년 전에 합천의 4곳 학교에 배지영 작가 강연 기획)이 말했다. 그 며칠 전에는 창녕도서관 강연 소식 들었다면서 반가워했고, 누구랑 오냐고 물었다. 친구 계주님, 부산 주머니 작가님까지 해서 셋. 다 계획이 있는 기옥숙 장학사님은 ‘꼼비기 쌀’ 한 포대씩 주셨다. 꼼비기 쌀은 기계 의존을 최소화해서 모내기도 손으로 하고, 농약도 안 치고, 옛날처럼 자연의 힘을 믿고 기다려서 수확한다.


예로부터 한우 사주면 사랑, 꼼비기 쌀 나눠주는 건 ‘신’급 사랑이다.


사랑꾼 기옥숙 장학사님은 내가 다시 가보고 싶어 했던 송현리 고분군(세계문화유산 등재), 내가 딱 좋아할 것 같은 진흥왕 척경비(국보 33호, 빨래판으로 쓰이기도 했음)도 안내해 주셨다. 시간과 돈, 마음과 몸을 써서 맞아주신 선생님의 마음을 오래오래 간직해야지. 우리는 2년 전하고 똑같이 서로를 안고 나서 헤어졌다.


“다시 만나요.”


한밤중에야 창녕 스파디움 따오기 호텔(이 동네가 부곡 하와이였음)에 도착했다. 숙소 안에 넓은 탕이 있다. 혼자 왔을 때는 탕에 서리는 김이 갑자기 무서웠는데 계주님이 있으니까 너무 안심. 둘이서 샤워하고 탕을 박박 문질러 닦고 끓이지 않은 뜨거운 유황 온천물을 받았다. 노곤하게 몸은 풀어지고 열어놓은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선선했다. 커다란 눈송이가 내려앉던 홋가이도의 노천탕 기분이 났다.


#쓰는사람이되고싶다면

#독자에서에세이스트로

#사계절출판사

#경남도교육청창녕도서관

#나는돈버는행복한경단녀입니다

#저는주식좀하는아주머니인데요

#주머니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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