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다녀와~~~~"
언니가 조카 유치원 상담 간대서 남매 꼬맹이들 잠깐 봐주러 왔는데 가는 엄마 모습을 보려고 창문에 붙어 서서 저렇게 목청껏 인사를 한다. 만 18개월도 채 안 됐지만 나이는 어엿한 3살인 아가씨도 오빠 따라 엄마를 목놓아 부른다.
엄마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고개를 돌린 조카가
"이모, 엄마가 초록 소나무 사이로 사라졌어요. 우리 아빠는 매일 초록 소나무 사이로 사라져요"
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원래 다 시인의 마음을 가진걸까, 종종 나를 놀라게 했던 녀석이긴 한데 오늘 새삼 또 놀랐네.
내가 놀아주다 돌아갈 때마다 이모가 안 갔으면 좋겠다고 시무룩하다가도 이내 씩씩하게 또 놀러와요, 다음에 또 만나요 인사를 해주던 녀석이, 1층을 나서는 내 모습이 보이기를 기다렸다가 또 한 번 그렇게 목소리 높여 인사를 하곤 했던 것이 떠올라 맘이 찡해졌다. 내 모습이 사라지면 엄마에게 이모가 안 보인다고 했었겠지.
고마워. 나 생각지도 못하게 항상 멋진 배웅을 받고 있었네.
멋있는 어른, 좋은 이모가 되어야 하는데 아직 너무 멀었어. 그래도 꼭 그렇게 되도록 더 애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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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보니 새롭네요.
어느 봄날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때 보다 지금 좀 더 멋있어졌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더 노력해야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