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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fresh Jan 31. 2024

만리향과 김치찌개

* 만리향

지난번에 인근의 한 꽃식물원에 갔다가 화분을 하나 사 왔다. 입장료 팔천 원을 내고 들어가면 나올 때 팔천 원만큼의 꽃 화분을 골라가게 해 준다. 만약 가져가고 싶은 화분이  팔천 원이 넘는다면 넘치는 금액만 계산하면 다. 그때 거기서 만리향 화분을 하나 사 왔다. 꽃 이름이 만리향인 것은 꽃향기가 그만큼 멀리 퍼진다는 뜻이라고 한다. 거실의 화분탁자에 두고 한 두 달 보살폈더니 얼마 전에 드디어 꽃을 피웠다. 근처에 가면 꽃향기다.

"만리향이라고? 정말 이름값 하네!"

남편이 그 향기를 먼저 알아보았다.

"그래요?"

그 뒤로는 나도 가끔 가까이 가서 냄새를 맡아보고는 한다. 만리까지는 아니어도 우리 집 거실 정도는 커버할 만했다.

 

*김치찌개

퇴근을 하고 돌아와 현관에 들어섰다. 그날 저녁의 메뉴는 김치찌개였다. 미리 알았던 것은 아니지만 현관문을 여는 동시에 알 수 있었다. 된장찌개 김치찌개는 남편이 할 수 있는 메뉴인데 그날은 김치찌개를 했던 것이다.

"김치찌개 하셨죠?"

"어. 어서 와!"

"냄새가 아주 모를 수가 없네."

만리향 꽃향기는 가까이 다가가야 맡을 수 있지만 김치찌개 냄새는 집안 어디에 있어도 맡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강렬한 냄새를 무엇이 이길 수 있을까. 그걸 향기라고 이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만리향은 김치찌개가 아닌가 싶다. 은은한 꽃향기가 김치찌개 냄새에 묻히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먹고사는 문제보다 꽃향기를 즐기는 것이 더 중하다고는 할 수 없겠다. 다행인 것은 김치찌개는 저녁을 먹고 나면 사라지지만 만리향은 피어있는 동안 꾸준히 향기를 낸다는 것이다. 앞으로 꽃이 질 때까지 한동안은 향기로 호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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