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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fresh Mar 01. 2024

이런 편리한 피싱

퇴근해서 저녁을 먹고 나서 휴대폰을 보았다. 낮동안 온 문자와 광고, 각종 앱 알림이 여럿 있었다. 그중  문자를 확인을 했더니 아뿔싸, '교통법 위반 벌점 통지서' 있었다.

"어머, 어떡해!"

남편이 쳐다보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나 또 걸렸나 봐. 이럴 줄 알았다."

어쩐지 한동안 별일 없다 싶었다. 작년에 출장길에서 범칙금 고지서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또 어디서 걸린 것일까? 그런데 남편이 뜻밖의 말을 했다.

"그거 내가 걸린 것 같은데, 어디 카메라야?"

우리는 차를 서로 바꿔 타기 때문에 내게 고지가 왔다면 자기가 걸린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그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남편은 교통카메라에 걸리는 일이 거의 없다. 언젠가 한번 범칙금을 낸 적이 있지만 아주 오래전이라 생각도 안 난다. 그러나 나는 자주 다니는 길에서도 걸린다. 운전은 내가 더 천천히 하는데 그렇다.

"아하, 그렇죠? 난 또 깜짝 놀랐네."

"예산 나갔다 올 때 대술에서 찍혔나 봐. 내 차(사실은 그게 내 차)는 카메라 업데이트가 안 돼서 깜박하기 쉬워"

내가 타는 차는 단속카메라가 설치되면 네비가 자동으로 잡아준다. 나는 그게 참 신기한데 여하간 그렇다.

"잠깐만요. 요새는 고지서 대신 문자로 보내주네.  편리하다."

게다가 다른 데 찾아볼 필요 없이 내용확인 링크까지 보내주니 친절하지 아니한가.


링크를 누르고 들어가니 본인 확인 절차가 있었다. 이름, 휴대폰 번호, 주민번호를 넣으라고 해서 넣었다. 그런데 내용확인이 잘 안 되었다. 다시 해 보아도 또 그렇고.

"어, 왜 안 되지?"

나는 나름 전자기기를 잘 쓴다. 휴대폰 사용도 그렇고 남들 안 쓰는 기능도 꽤 쓴다. 이런 게 잘 안되면 도전의식이 생긴다. 그런데 두 번째 시도에도 실패를 했다. 앱 연결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막혔다. 하지만 그냥 말 수는 없었다. 그래서 링크를 타고 들어가는 편리함을 버리고 내가 직접 공식적인 앱(이파인, 이런 것 있는줄 알았으면 진즉 깔았을 것이다)을 검색해서 설치를 했다. 그리고 확인을 해보니 위반 사실이 '0건'이었다.

"어? 어찌 된 거지?"

다시 눈 씻고 보아도 없었다.

"그래? 당신 폰뱅킹 들어가서 확인해 봐. 그럼 뭐가 맞는지 알 거 아냐."

나는 지방세, 공과금(범칙금 포함해서) 등을 폰뱅킹 연결해 두어서 검색해 보면 고지된 것이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순간 뭐가 잘못된 느낌이 왔다.

"나 문자 피싱 당한 것 같은데?"

"저런, 그럼 지금 은행 들어가지 마. 인증서 암호 채 갈지도 몰라."


큰 일이다. 링크 누르고 개인정보 입력했는데 이제 무슨 일을 당하게 되는 걸까? 일단 개인정보는 털렸고, 아직 은행 앱에는 접속 전이었다. 링크를 누르는 순간 내 폰에 앱이 다운로드되었고, 첫 번에 잘 안되어서 두 번이나 눌러 진행을 했었다.

"그러고 보니 알림이 010 번호 왔었네!"

피싱이 맞는 것 같다.


그다음부터 한참 동안 바쁘고 불안했다. 보이스 피싱 신고 전화에 신고를 했고(해보니 이건 진짜 신고만 하는 전화였다. ARS가 하라는 대로 문자 온 번호, 시간 등을 입력했다.), 거래 은행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밤이라 안될 줄 알았는데 기계음 멘트가 나오고 상담원을 연결해 준다고 기다리라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되지 않았다. 예금 인출 정지 등 가능한 조치를 하려고 했으나 장시간 대기후에 포기했다. 그러고 나서 피싱 방지 앱(시티즌 코난)을 깔고, 가족들에게도 유사한 피해의 방지를 위해 톡을 돌렸다.


잠시 숨을 고르고 보니 범칙금 송금을 위한 은행 접근은 하지 않았으니 계좌까지 털리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날이 밝는 대로 은행에 나가서 인출정지든 송금제한이든 하면 될 것이다.


폰을 뒤져서 링크를 눌렀을 때 다운로드 된 파일을 찾았다. 두 번 다운로드해서 파일이 두 개가 있었다. 그 파일이 내 폰에 설치가 되지 않아 진행이 멈추었는데 그 까닭은 '출처를 알 수 없는 앱'이 설치되는 것을 막는 설정이 되어있는 덕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행이었다. 파일 두 개는 삭제하고 앱 설정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나니 비로소 걱정을 덜 수 있었다.


톡을 보고 아들에게서 걱정하는 답톡이 오고, 딸에게서 놀란 전화가 오고, 형제들 단톡 방에서도 여러 답톡이 왔다. 얼마 전에도 남동생이 폰 정보 털렸다고 공지가 떴었다. 나도 알만큼 안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렇게 깜박 속게 될 줄 몰랐다. 정말 이렇게 '편리한' 피싱이라니, 다음에 또 내게 꼭 맞는 어떤 속임수가 있을지 모르겠다. 여하간 다음 세 가지는 기억해 두기로 했다.

*기관에서문자로 어떤 사실을 통보하지 않는다. 더구나 개인 휴대폰 번호로 발신 하지는 않는다.

*낯선 문자에 딸려온 링크는 절대 누르지 않는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앱이 설치되지 않도록 설정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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