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NOT A DREAM

by lemonfresh

유튜브 숏츠를 보다가 노래를 하나 발견했다. 송소희가 부른 노래라는데 처음 들으면서도 어디선가 들어본 것처럼 낯설지가 않았다. 한편으로는 송소희에게 기대했던 스타일이 아니어서 새롭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고 시원한 창법이 좋아서 몇 번을 다시 들었다.


나는 음악을 검색하는 취미가 있다. 라디오에서건 공원에서건 유튜브에서건 좋은 노래가 나오면 음악 검색 앱으로 찾아서 내 플레이 리스트에 올려놓는다. 그러기 위해서 집에서는 쓰다가 해제한 폰을 와이파이 연결을 해두고 있다. 한 기기에서 음악을 실행할 때 동일기기에서는 음악검색을 할 수 없어서 그렇다. 검색 앱을 켜면 음악을 듣던 앱의 실행이 멈추어지기 때문이다.


폰에서 송소희의 노래를 켜놓고 다른 폰으로 몇 번이고 검색을 해 보았는데 번번이 실패했다. 내가 쓰는 음악감상 앱에서도 여러 가지 검색어를 넣어 찾아보았으나 찾아지지 않았다. 나중에 알아낸 바에 의하면 그 노래는 'Not a Dream'이고 송소희의 미발매 자작곡이란다. 그래서 공식 등록된 음원만 찾아주는 어플로 검색이 안 되었던 것이다.


유튜브 댓글을 보니 내가 처음 들으면서도 익숙하다고 느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마치 크랜베리즈의 노래를 듣는 줄 알았다는 댓글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주를 이루는 댓글이 '드디어 송소희가 자신의 음악을 찾았구나.' 하는 의견이었다. '국악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일반화하는 출구를 송소희가 찾은 듯하다', '새로운 국악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는 의견도 많았다.


나는 전에 예산 덕산초등학교에서 2년 근무한 적이 있다. 내가 그 학교로 전근 갔을 당시 송소희가 그 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국악 대회에서 전국 우승을 한 학생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가끔 어느 행사에 참여했다가 여행용 가방을 끌고 학교에 오는 것을 본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전국노래자랑에서 최종 우승을 하기도 했다. 특히 전국노래자랑 수상 이후에는 전국 각지와 멀리 미국에 사는 팬에게서도 편지와 응원 글들이 학교로 배달되고는 했었다.


이후로는 가끔 티브이에서 보았고 어느 학교로 진학했다더라, 공연 다니느라 출석일수가 어떻다더라, 대학 진학을 어디로 했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간간이 건너들었고 어쩐지 정통 국악에서나 연예계에서나 온전한 자리매김이 되지 않은 것 같다는 평이 돌았다.


그런데 이번 노래는 전혀 새로웠다. 국악풍에서 벗어난 듯도 하고 중간중간 국악 창법인 것도 같았다. 국악이 우리 노래라고는 하지만 한국사람이라고 해서 누구나 부를 수 있는 노래는 아니다. 아이들 음악 수업에서 민요등 국악풍의 노래가 나오면 제대로 부르지 못하고 일반 노래 부르듯이 불렀었다. 흉내를 내려해도 잘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요들송을 배우는데 요들 흉내를 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트로트도 마찬가지다. 포크송이나 발라드처럼은 부를 수는 있어도 그렇게는 못 부른다. 그래서 창이나 민요나 트로트나 하는 것들은 나의 노래가 아니다. 그러니 적극적으로 들어지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번 노래는 바로 내 영역에 들어왔고 그런 느낌은 아마도 나에게만 해당된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몇 번이나 검색을 해서 실패를 했지만 어떻게든 찾아내고 싶은 노래였다. 미발매 곡이라 하니 내 음악 리스트에 넣지는 못하고 대신 유튜브 영상에 좋아요를 눌러 놓았다. 언제든 다시 들으려는 것이다.


이리저리 영상을 건너뛰며 송소희 노래를 찾다 보니 나 같은 사람이 많은 모양이었다. 댓글을 보면 알 수 있다. 댓글 중에 'Not a Dream 듣고 여기까지 온 사람'이라는 멘트가 많았다.


Not a Dream을 찾아 한참 떠다닌 뒤에 크랜베리즈의 노래를 들으러 갔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는 Dreams이다. 그러고 보니 제목도 비슷했다. 이건 우연인가 의도인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경쾌한 반주, 뒤에 이어지는 노래, 내가 좋아하는 음색, 노래가 끝날 때까지 이어지는 애드리브까지 모두 들었다. 그리고 다시 송소희의 Not a Dream을 들었다.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 있었다. 송소희 노래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단단하고 매끈한 소리와 소프트한 음색을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그 노래는 국악처럼 들리지 않았지만 그 소리는 오랜동안 쌓아온 국악의 내공에서 나올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음악을 알고 듣는 사람은 아니다. 그저 내 감각에 좋다 안 좋다만 기준으로 삼는다. 원래 대중음악이라는 게 아무런 지식이나 바탕이 없어도 들을 수 있는 노래가 아닌가. 내 기준에 송소희의 Not a Dream은 좋았다. 더구나 송소희를 다시 보게 된 것은 그 노래가 자작곡이라는 점이다. 송소희가 창 이라는 클래식의 틀을 깨고 우리 국악을 대중의 영역으로 꺼내 놓았다. 대중적 반향에 힘입어 Not a Dream이 발매된다면 바로 내 리스트에 넣을 예정이다. 잠시 뒤에 천안으로 손자를 보러 갈 때 차 안에서 들으려면 미리 폰에 세팅을 하고 나가야겠다.


송소희의 바람과 노력은 꿈이 아니다. 이미 해외에서도 유튜브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하니 소희의 꿈이 나래를 활짝 펴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인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