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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Mar 28. 2024

제5편_ 소통; 벽에 창문을 내다

몇 달 전 전남 장성군 삼계면 언덕 위 200년 넘은 소나무가 베어졌다. 200년 세월을 마감하게 된 구체적인 이유는 뿌리 부분에 돌밭으로 뿌리가 뻗어 내려가지 못하고 썩어 문드러지는 현상이 계속되면서 머지않아 자연 고사된다는 게 조경업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땅 주인의 최종 승인을 거친 후 베어지게 됐다.

200년 된 세월을 살아온 소나무

베어진 소나무의 일부가 내 손에 들어오게 됐다. 나무 차반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가로 1m 남짓 폭 30cm의 소나무 차반은 무거워 한 사람이 들 수도 없는 비효율적이어서 수개월 동안 구석에 방치되었다가 서각 작품용으로 사용하면 좋을 듯싶어 폭 10cm 정도 목재소에서 3등분으로 분할해 그중 하나를 이번에 작품화하게 됐다.

     

작품명은 ‘소통; 벽에 창문을 내다’로 정한 후 글자와 발묵(潑墨: 먹에 물을 섞어 윤곽선이 없게 그리는 화법)에 대한 연구, 그리고 발묵 속에 들어가는 양각 기법과 발묵 밖의 음각 기법의 조화로움에 대한 고찰이 이번 작품의 화두였다.


여기서 양각(陽刻) 기법은 서각이나 조각에서 그림이나 글자를 돌출 도드라지게 새기는 방법을 말하며, 음각(陰刻) 기법은 서각이나 조각을 할 때 서각 판에 글자를 새길 때 모든 선이 나무 표면 속을 파 내는 기법을 말한다. 양각이 입체적인 선을 강조한다면 음각은 평면적인 선을 강조하는 표현 기법이라 말할 수 있다.

첫 번째 공정; 글자를 새길 수 있는 나무 준비

나무의 총길이를 정확하게 줄자로 잰 다음 글자와 발묵의 중심이 되는 부분에 종이테이프를 붙이는 작업이 시작된다. 서각의 가장 기본적인 과정 중의 하나다.

두, 세 번째 공정; 나무에 종이테이프, 그 위에 출력된 파일 글씨를 붙인다.

글자와 발묵의 위치가 최종 얹여 지면 산업용 칼로 글자와 발묵을 오려내는 작업이 이뤄진다. 그다음부터는 본격적인 양, 음각을 오가며 서각 칼로 나무의 결을 파내는 작업이 이뤄진다. 여기서는 편의상 먼저 양각 부분 작업이 진행됐다.

네 번째 공정; 종이테이프 속의 글자와 발묵 이미지를 서각 칼로 작업화 하고 있다.

작업 3일째가 지나면서 글자와 발묵의 형태가 윤곽이 드러나면서 종이테이프를 벗겨낸 후 글자 서각 작업은 계속됐다. 여기서 양각의 경우 한 글자 당 높이의 길이를 몇 센티로 할 것인가? 발묵의 높이는 얼마로 해야 되는지? 에 고민에 고민을 하게 된다. 물론 발묵 안에 글자는 발묵보다는 더 높게 해주는 것이 기본이다.


양각 글자의 높이는 높을수록 더 멋지고 우월해진다. 그러나 글자의 높이를 많이 올리면 그만큼 작업량과 작업속도는 더디게 된다. 이 작품에서는 발묵의 높이를 2센티 정도, 발묵 안의 글자는 3센티 정도로 높이는 선에서 작업이 진행됐다. 양각 글자를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면 발묵 밖 글자를 음각화를 시작했다. 글자가 크면 그만큼 작업하기가 용이해지지만 글자가 작으면 작을수록 글자 파 내는 작업이 힘들어진다.

다섯 번째 공정; 발묵과 발묵 속 양각 글자와 발묵 밖 음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어느 정도 서각 작업이 끝나면 글자와 발묵을 조화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색깔 지정을 해서 색 입히기 작업이 이루어진다. 여기서는 발묵은 검은색, 글자는 양각은 나무 자체 색깔로 그대로 유지하고 음각의 경우는 검은색, 작품제작의 작가 명에 낙관은 빨간색으로 정하고 작업화가 진행됐다.

여섯 번째 공정; 발묵과 발묵 속 양각 글자와 발묵 밖 음각에 색입기가 진행됐다.

마지막 공정작업은 발묵과 발묵 안, 밖 글자에 투명 락카 스프레이를 1회 정도 분사해 글자와 발묵에 윤기 있게 해 준다. 하루가 지난 후 다시 투명 락카 스프레이를 분사해 나무속으로 깊이 스며들게 해 줌으로써 오래도록 윤기 있는 글자를 유지하는 데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투명 락카 분사는 글자와 발묵에 아크릴 물감이 완벽하게 건조된 상태에서 분사해야 한다는 것을 숙지해야 한다. 급한 나머지 물감이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스프레이 분사 시 글자 주변에 하얗게 물감이 뜨는 현상이 일어나 색 입히기 더칠 작업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완성된 서각작품 ‘소통; 벽에 창문을 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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