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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함표 Aug 07. 2022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22

누가 대한민국을 락 페스티벌의 불모지라 했던가

금요일이었던 어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22를 다녀왔다. 일명 IPRF 2022.


원래는 갈 생각이 별로 없었지만, 어머니가 가고 싶어 하셨다.

이전에 너무나도 재밌게 다녀오신 경험이 있어 여름 나들이 삼아 가고 싶으신 거였다.

마침 옆에 아들놈도 백수겠다, 효도라 생각하고 함께 다녀오자 준비를 했다.


준비물은 갈아입을 옷과 텐트, 돗자리 하나, 우산,

핸드폰과 보조배터리, 신용카드와 신분증, 물티슈와 수건, 여분 마스크를 챙기고 출발했다.


물론 가는 길이 순탄치는 않았다. 구리에서 지하철을 타고 어찌 송도까지 가리. 하지만 다녀왔다.. 어쩌다 보니 밥시간 때를 놓쳐 가는 길이 더 힘들었지만 두 시간 반이나 되는 거리를 지하철을 타고 다녀왔다. 우리 엄마는 농담으로 60 먹은 노모를 밥도 안 먹이고 지하철에 두 시간 동안 방치해뒀다며 나를 신고한다고 하셨다... 가며 오며 올해는 꼭 운전면허를 따자고 다짐하던 날이었다.



지하철을 2시간 반 정도 타고 도착한 송도는 꽤나 시원했고 바람이 잘 불었다. 주변에 산이 없어 시원하게 트인 하늘을 보니 구름이 바람 타고 유영을 하고 있었다. 지하철에서 내린 사람들은 거진 다 펜타포트를 보러 가는 사람들인 듯하였고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짐과 돗자리, 텐트 등을 들고 가고 있었다.




드디어 도착한 송도달빛축제공원. 금요일 공연 첫날, 평일인데도 사람들은 길게 줄을 섰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모여서 줄을 서며 들뜬 기분으로 두근대며 입장을 기다렸다. 오랜만에 본 입장 줄과 펜타포트의 입구는 14년 전 펜타포트를 처음 갔던 기억과 함께 나를 다시 한번 설레게 만들었다. 이제 놀만큼 놀았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사람들과 함께 줄을 서며 기다리고 있으니 다시 또 두근대기 시작한 것이다.




솔직히 망할 줄 알았다. 사람이 없을 줄 알았다. 근데 웬걸, 사람은 진짜 너무나도 많았다. 줄이 너무 길어 뭘 먹기도 힘들었다. 그리고 가장 길게 줄을 선 가게는 바로...


"펜타는 김말국이지"


하지만 먹지 못했다. 길이 너무 길어서... 길은 점점 길어졌고 기다리며 먹기엔 햇빛이 너무 뜨거웠다. 결국 김말국은 먹지 못했고, 음료를 사 먹기에도 줄이 너무 길었다. 가장 빠르게 주문하고 받을 수 있는 건 맥주였기에 맥주를 의도치 않게 꽤나 많이 먹었다.


공연을 기다리면서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관찰해봤다. 마스크를 꼈지만 사람들의 눈은 초롱초롱했으며 발걸음은 가벼웠다. 특히나 눈에 많이 띄는 장면은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많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열심히 공연을 다니던 페스티벌 키드가 이제는 엄마 아빠가 되어 온 것이다. 심지어 하루권이 아닌 3일권을 끊고 들어오신 분들도 많았다.


기혼자가 페스티벌에 온다는 것도 놀랍지만, 가족 단위 전체가 왔다는 것은 더 놀랍다. 그 용기와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다행히도 남녀노소 어렵지 않게 올 수 있도록 접근성과 환경이 좋았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예전부터 내려오던 밈이 있었는데...


"펜타는 뻘밭에서 노는 재미지"


"비가 안 오면 펜타가 아니지"


뻘밭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너무 편한 공원에서 진행하고 장화를 신고 뻘밭과 싸울 일도 없다. 텐트도 돗자리도 무대와 떨어진 피크닉 존에 설치하기만 하면 편하게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조금 힘들었지만 우리 어머니도 가고 싶어 하시고, 꽤나 즐겁고 쾌적하게 다녀오셨으니 말이다.


내가 갔던 금요일 첫날은 비가 오진 않았지만 역시나, 남은 이틀 동안은 비가 온다고 한다. 펜타는 역시 펜타다.


사진을 찍진 못했지만, 재밌었던 모습들을 나열해보고자 한다.


- 우유팩 코스프레를 하고 게셨던 분이 계셨다. 너무나도 귀여웠다 ㅋㅋㅋㅋ 이무진 무대가 시작하자 신호등 팻말을 들고 열심히 노시더라. 조금 힘들어 보였지만 차라리 우유팩으로라도 햇빛을 가려 생각보다 시원할 것 같았다. 조금 부러웠다... 관객들의 코스프레도 하나의 재미이다. 이전에는 마리오 코스프레하신 분이 유명했었는데...


- 역시나 깃발들이 많이 보였다. 소소한 재미 중 하나. “지속 가능한 덕질” 이란 문구를 새긴 깃발이 재밌었다.


- 아이돌 굿즈가 많이 보였다. 여자아이들 티셔츠도 있었고, BTS의 butter 컨셉 디자인의 의자도 보였다. 이전엔 아이돌이냐 락이냐 무엇이 더 우월한지 팬덤으로 많이들 싸우기도 했지만 이제는 누가 뭘 좋아하던 다 즐기는 듯하다. 그러니 펜타에도 아이돌이 나왔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도 락페에 아이돌이 나왔으면 좋겠어…


- 요즘 디자인 싱킹에 관련된 글을 쓰려고 준비 중이다. 크라잉넛의 공연을 보고 슬램을 하고 주변 관객들의 즐거워하는 모습들을 봤다. 밴드 뒤로 보이는 스크린에 나오는 영상이 멋있었다. 순간 공연도 인터랙티브 디자인이 아닌가? 란 생각을 했다. 관객과 아티스트가 서로 호응하는 모습이 인터랙티브 디자인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 아이들이 너무나도 재밌게 뛰어놀더라. 어떤 아이는 아이스크림이 얼마나 맛있는지 혼자서 엄청 열심히 먹고 있더라 너무나도 귀여웠다 ㅋㅋㅋㅋ 예전과 같으면 그냥 놀이터에서 친구들하고 함께 해 질 때까지 놀았겠지만, 요즘 시대에 그렇게 놀기란 참 어려운 듯하다. 이런 기회라도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 수 있으니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잃어버릴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행사장도 무지막지하게 큰 것도 아니고, 구역이 정해져 있다 보니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종아동센터 부스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행사에는 인포메이션 부스와 함께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했다.


-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 중에서도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즐거워하는 모습들을 많이 봤다. 크라잉넛의 공연 도중 슬램판이 벌어졌는데, 어떤 한 남자분이 한 6~7살 되는 딸아이를 목마 태워서 슬램을 조심히 하고 계시더라. 딸아이의 눈은 이게 뭐시당가... 하는 눈빛이었고 그 아래 아버지의 눈빛은 초롱초롱했으며 얼굴은 해맑고 신나게 활짝 웃고 있었다. 아마 이런 날을 오래도록 기대했으리라 생각한다. 그 아이도 어여 건강하게 커서 같이 슬램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우리가 텐트를 친 피크닉 존에는 무려 6명의 아이들과 3분의 어른 커플들이 오신 대가족이 있었다. 아이들은 풍선을 가지고 뛰어놀고 지치면 누웠다. 어른들은 공연을 보며 스캥킹을 추었다. 아이들은 그저 놀러 온 것일 수도 있겠지만 페스티벌을 아시는 분은 아실 거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라는 상징과 얼마나 고대하고 있었는지를. 사실 어른들이 놀러 가고 싶어 가는 것이면서도 아이들이 너무나도 편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곳, 1년에 딱 3일만 즐길 수 있는 곳. 오면서도 저 6명의 아이들은 얼마나 칭얼댔을까. 어른들의 마음을 완벽히 이해할 순 없지만 다시 한번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 어른들도 아이처럼 노는 것을 좋아한다. 신나게 뛰어 댕기고, 슬램 하다 넘어져도 좋다며 어서 다시 일어나고, 비눗방울을 가지고 놀고, 친구들과 장난을 쳐가며 사진을 찍는다. 그중에서도 비눗방울을 보니 참 반갑더라. 이 맑고 더운 좋은 날, 비눗방울이 참으로 예쁘더라. 나도 어려진 것 같아 비눗방울을 만드신 분에게 고마웠다.


- 우리와 조금 떨어진 옆자리에는 40대 되어 보이시는 6-7분 정도의 사람들이 굉장히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계셨다. 맥주와 음식을 즐기면서 서로 대화하는 모습이 굉장히 즐거워 보였다. 그분들도 페스티벌 키드, 락 키드 이셨을까? 어찌됐껀 재미나게 즐기는 분들을 보니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 해가 지고 이제 정리를 하려 가는 도중, 어떤 70-80대가 되어 보이시는 노부부가 행사장 안을 이제 들어오시더라. 두 분이서 손을 꼬옥 붙잡으시고는 조심조심 들어오시며 구경하시더라. 그저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어쩌다 여기를 들어오시게 되었을까? 뭐하는 곳인지 알고 오신 걸까? 등의 상상을 하며 두 분이 걸어가시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저 그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10세 미만의 아이들부터 7-80대 어르신이 한 자리에서 같은 것을 보고 즐기고 있었다. 그때 생각했다. 축제란 바로 이런 것이다..!라고. 내가 페스티벌을 가면 항상 보는 장면 중 하나는 서로서로 돕는 장면이다. 텐트 설치가 어려워 보이면 서로서로 도와주기도 하고, 돗자리가 겹치면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재미나게 논다.


오래전 그린플러그드에 갔었을 때는 만 1살 아이와 함께 온 부부도 보았다. 아이가 참으로 귀여웠다. 다행히 나와 함께 갔던 사람들이 마음에 들었는지 잠시 함께 놀았었던 기억이 있다. 함께 온 부부는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그린플러그드에 갔었고, 아이가 태어나자 또다시 함께 오셨다고 했다. 페스티벌에서 아이들을 보면 꼭 생각이 나는 에피소드이다. 이 아이들도 커서 페스티벌에 다시 오겠지? 페스티벌에 더 많은 사람들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음식 부스는 좀 더 넓고 많이 만들어 주세요... 음료수는 자판기도 좋을 것 같아요....


다리털은 죄송합니다..


우리 엄니는 공연을 보시곤… 왜 이렇게 축축 쳐지는 노래만 나오냐며 ㅋㅋㅋㅋ 크랙샷이 제일 신나고 이무진이 재밌었다고 하셨다. 선우정아는 버팔로 노래를 부를 때 정말 재밌었다. 다들 라이브를 너무 잘하더라. 사운드도 좋았다. 공연장은 쾌적했고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았다. 지하철 시간 때문에 크라잉넛까지만 보고 집에 와야했다. ㅜㅜㅜ 너무 아쉬웠다... 넬도 보고 싶었는데... 송도의 날씨는 서울보다 선선했다. 나오면서 먹은 닭꼬치가 그렇게 맛있더라. 내년도 행사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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