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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함표 Aug 01. 2022

열심히 산다는 것과 잘 산다는 것

열심히 산다는 것과 잘 산다는 것은 다르다. 열심히 산다는 것은 최선을 다해 부끄럽지 않게 산다는 것이며 잘 산다는 것은 외적이든 내적이든 여유 있게 산다는 것을 말한다. 대체로 전자의 기준은 본인에게 있으며, 후자의 기준은 타인의 눈에 있다.


열심히 산다는 것은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죽을 둥 살 둥 아등바등 대는 것도 열심히 사는 것이다. 물론 열심히 산다는 것이 잘 사는 것은 아니다. 잘 산다는 '말'은 자신에게 하는 말보다 타인이 건넬 때 더 자주 쓰인다. 그에 비해 열심히 산다는 말은 본인이든 타인이든 그 대상에게 누구나 건넬 수 있는 말이다.


개미와 벌들은 열심히 산다. 그들이 잘 사는 것과 열심히 사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지는 모르나, 그들은 자신들의 기준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며 타인 혹은 그 공동체를 위해 산다.


그와 함께 꽃들도 열심히 산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꽃을 활짝 피우고 내년 봄에도 꽃을 피우기 위해 열심히 꽃가루를 뿌린다. 물론 그것은 자신을 위함이기도 하지만 자신 종족의 유전자를 유지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자신의 뿌리를 깊고 넓게 퍼트려야 후대가 더 좋고 안락한 곳에서 더 많은 후손을 낳을 테니 말이다.


그에 비해 소나무는 잘 산다. 사계절 내내 꽃을 피우진 않지만 언제나 푸른 솔을 유지하며 산다. 때가 되면 솔방울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물론 속으로는 죽을힘을 다하여 푸른 잎들을 열심히 유지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소나무는 사계절 내내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언제나 푸르른 그 나무가 잎을 다 떨구고 갑자기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런 최악의 경우가 생기지 않는다는 믿음은 여유로워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소나무는 잘 살고 있다. 우리 눈으로 보는 소나무는 잘 살고 있다.


가장 열심히 살기도 하고 잘 살기도 하는 것은 잔디다. 사계절 내내 푸른 모습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작고 좁은 잎을 가지고 사계절 내내 뿌리를 깊게 박고 살아있다. 그리고 때가 되면 긴 시간 동안 푸른 잎들을 활짝 열어 쭉쭉 뻗는다. 잘 죽지도 않고, 더 잘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대부분의 정원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가장 믿음직한 녀석들이 바로 이 식물이다. 물론 매번 깎아줘야 하겠지만 그래도 쉽게 죽지는 않는다. 가장 잘 살면서도 열심히 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열심히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열심히 산다는  무슨 의미가 있나. 열심히 한다라는 말을 들어봤자 거기까지이다. 열심히 해봤자 타인에게 슬픔이나 아픔을 가져다주는 순간 열심히의 의미는 사라져 버린다. 그저  혼자만 열심히 산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그저 를 바라보고 함께 있는 이들이 아프고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단 마음이다.


내가 잘 살아가겠다고 다짐해도 타인이 보는 나는 큰 차이는 나지 않을 것이다. ‘여유’란 있으면 자연스레 나타나는 것이며, ‘열심히’란 숨기려야 숨기기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밖으로는 여유 있는 모습들이 보여도 속으로는 썩어가고 있을 수도 있다. 잘 산다는 것은 그것을 밖으로 드러나는가 드러나지 않는가에 대한 차이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유는 때때로 허구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나는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 혼자서만 열심히 산다면 그것은 나 혼자만의 삶이다. 하지만 나와 누군가의 삶들이 연결되어 있는 한, 나는 잘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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