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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Feb 05. 2023

산수국

문학고을 당선/ 2022년 가을

너의 수줍음은 무슨 색으로 덮여있니?

모든 봄꽃이 지 자랑을 마치고 뒤풀이를 할 무렵,

수줍게 삐죽 내민 너의 자태는

무슨 색으로 물들일 거니?


기다림으로 보낸 시간이 나뭇잎인 줄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니

비로소 색의 은은한 수줍음에 발길을 멎는다


흰색의 여운인가

짙은 보라의 강렬함인가

그늘 속 맘 편히 성정을 다스리는 깊이가

결국 기다리다 기다리다 그늘로는 가려지지 않으니

무슨 수줍은 미소가 이토록 짚은 여운을 남기려나

안식을 택하는 대신 가녀린 내 영혼을 물들여 보려기에

오늘도 너의 색이 더 짙어 지기를 기다린다

여름이 깊어질수록 숲 속의 영광을 화려함으로 반색할 테니

그때는 너에게 다시 물어볼 수 있으리라

근데 너는 무슨 수줍음으로 그토록 뒤늦게

그늘 짙은 여름의 공기를 파랗게 물들려 하니 


2022년 6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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