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너에게
"니가 하는것도 사랑이니?"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말에 너는 화를 내는 대신 한참을 망설이다 "미안해"라는 말을 남기곤 전화를 끊었다.
어두워지고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조용한 새벽이 되면 너는 잠을 청하는 대신 나를 찾아왔다.
낮에 사랑하고 싶은 여자와 밤에 사랑하고 싶은 남자는 절대 만나지지 않는 낮과 밤, 딱 그 거리만큼 아득하고 아득하기만 했다.
나는 너를 이해하는 대신 점점 너를 체념해 갔고, 너는 나를 이해시키는 대신 그저 너만의 방식으로 묵묵히 우리를 지켜갔다.
나는 멈춰있었고 너만 움직이는 사랑이었다.
어느 여름, 새벽 2시 42분.
그 묵직하고 투박한 목소리로 어김없이 나를 찾아 온 너에게 "니가 하는것도 사랑이니?"라는 말을 했다.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이었다.
그런채로 몇 해가 흘러 다시 여름이고,
새벽이다.
정해진 수순처럼 이별한 너와 나에게 이 여름 새벽은 다른 의미로 기억이 되겠지.
내가 가끔 힘든 이 여름 새벽이 너에게는 부디 그런 의미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
주었던 너는 이 여름이 아름답게 기억되기를.
미안하고 그리운건 받았던 내 몫으로 남길테니.
안녕, 여름, 새벽,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