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지 않는 것 중에 하나는
'날 뭘 보고 소개팅을 시켜준대?'
혹은
'날 왜 좋아하지?'
'이 사람들 중에 왜 날 뽑았지?'
이런류의 생각들.
되게 쓸대없는 시간 소모이며 감정 소모이며 나는 나를 아끼지 않아요 라고 외치는 소리없는 고백같다.
수년전, 들어서 알만한 어떤 기업 회장의 아들, 소위 말하는 재벌 2세를 소개받은 적이 있었다.
친구는 '그런 사람이 너를 만난대?'라고 의아해했고 나는 대수롭지 않게 '내가 뭐가 못나서 그런 사람 만나면 안되냐?'라고 말해 친구의 얄미운 입을 막아버렸다.
누가 봐도 훌륭한 외모와 직업, 집안, 재력 등등 소위 말하면 다 갖춘 남자였지만 나는 뭐 또 되게 빠지나?ㅋㅋ
그냥 하던대로 행동했고 밥도 입이 터져 나가라 우걱우걱 먹어댔다.
그 남자의 질 좋은 정장차림과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청바지와 티셔츠와 운동화 차림으로도 나는 전혀 챙피하지 않았다.
결국 그 사람은 나를 좋아했고 나는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예상밖의 스토리로 이야기가 전개 되었으며 그 후 몇년간 어떤 막장 드라마와 비교해도 빠지지 않을만한 드라마 한편을 찍었었다.
그리고 또 언젠가는 너무 일하고 싶은 회사가 있었는데 그 회사는 4년제 대학교 졸업 혹은 그 이상의 학력을 갖춘 사람을 원했다.
나는 2년제 예술대학을 졸업했지만 내가 이 회사에 지원을 한 이유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이 이 업무에 좋은점으로 미칠 수 있는 상관관계에 대해 자기소개서에 진심을 담아 기술을 했고 다행이 서류가 통과가 되어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었다.
단체 면접을 봤고 어딜가나 별로 쫄지 않는 성격을 앞세워 생글생글 웃으며 할 말을 다했고 결국 그 날의 우승자는 내가 되었다.
내가 사는 세상은 그렇다.
쥐뿔 내세울 건 하나 없지만 그렇다고 내가 말을 못하나 눈이 뭐 남들처럼 두개가 아닌 세개가 있나 코가 없어 냄새를 못 맡나 복사를 못하나 가위질을 못하나.
이만하면 됐지ㅋ
결국은 내가 나를 믿어줘야한다.
누군가 나를 좋아한다면 나에게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이다.
객관적인 데이터들이 면접자 A가 훨씬 뛰어나더라도 A가 아닌 내가 그 면접에서 우위를 점했다면 나에게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일것이다.
누군가 내게 하늘 꼭대기에 있을만한 조건들을 갖춘 사람을 소개시켜주려 한다면 나 역시 그 사람과 비교해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사람이여서 일 것이다.
그러니 나는 그냥 나를 믿어주면 된다.
눈치보지 말고 주눅들지 말고 내게 없는것들에 스트레스 받지 말고 내가 가지고 있는것들을 뽐내고 인정하면서 그렇게 당당해지면 된다.
결국,
사람 다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