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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한범 Mar 06. 2016

신선생의 쿰부 트레킹18

18. 삶이라는 또 다른 히말라야로...

이십 여일의 트레킹이 끝났습니다. 여덟 번의 히말라야 트레킹 중에서 가장 오랜 기간 산에 있었습니다. 8천 미터 정상을 가기 위한 전문 산악인도 철학적 명상을 위한 구도자도 아니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걸었습니다.

     

실종된 미국 젊은이

     

숙소 입구에 전단지 한 장이 붙어 있습니다. 이십대 중반의 미국 젊은이가 한 달 전에 남체에서 실종되었습니다. 그는 어떤 사연이 있기에 동행도, 가이드도 없이 혼자 히말라야를 찾았을까요? 곰파(사진)

앞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젊은이의 사진을 보니 제 마음도 아려옵니다.



     

포터와 작별하였습니다. 미운 정 고운 정이 많이 들었는데. 히말라야에서 만남과 헤어짐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별에 익숙하지 않은 저는 서툴기만 합니다. 그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무사히 트레킹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식사를 함께하며 덕담을 나눕니다. 포터는 히말라야의 주인이면서도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합니다. 그들의 노력이 트레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에 변화 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십 여일의 트레킹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카트만두 공항에서 행여 비행기가 이륙하지 않을까 조바심을 갖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트레킹이 끝났습니다. 계획했던 3라(꽁마라, 촐라, 렌조라)는 넘지 못했지만 목적지인 칼라파트르(5550m)와 고쿄리(5320m)는 오를 수 있었고 일행 모두 건강하게 루클라(2840m)로 복귀하였습니다.

     


     

세상으로의 복귀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창을 열고 하늘을 보았습니다. 하늘에 별이 총총합니다. 안도의 한숨이 나옵니다. 기상이 악화되면 루클라 공항은 이착륙이 불가능합니다. 기약 없이 공항에 대기하는 것은 상상하기 싫은 악몽입니다. 내가 걱정한다고 해서 세상이 달라지지 않지만 걱정은 제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아침 6시 30분, 짐을 정리하여 공항으로 나갔습니다. 탑승객이 공항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7시가 되자 비행기가 착륙하기 시작합니다. 카트만두를 출발한 비행기는 루클라에 내리자마자 승객을 태우고 되돌아갑니다. 수시로 이착륙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제가 탈 ‘Simrak’항공사 비행기는 보이지 않습니다.


     



8시 30분이 되자 탑승구에는 ‘Simrak’ 비행기를 탈 12명만 남았습니다. 이틀 후에는 방콕으로 떠나야 하는데. 공황 상태에 빠져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희미하게 비행기 소리가 났습니다. 순간, 탑승구에 있던 승객들의 환호성과 박수가 터졌습니다.   

     

40여 분 뒤, 매연으로 가득한 카트만두 모습이 보이자 비로소 세상으로 돌아왔음을 실감합니다. 혼잡한 도심과 무질서한 도로가 정겹습니다. 숙소에 도착하여 씻고 나니 긴 꿈에서 깨어난 것 같습니다.


     



이번 트레킹은 세 명이 함께하였습니다. 사는 곳과 하는 일이 다르며 여행을 함께한 것도 처음입니다. 아무런 공통점이 없을 것 같은 세 사람이 이십 여일을 함께 걸었습니다. 해발 5550미터 칼라파타르에 올랐고, 4,5천 미터 고도에서 일주일을 서로 의지하며 인내하였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서로 다름에도 같은 곳을 바라보았기에 일정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습니다.

     

히말라야를 찾는 이유

     

1월 한 달 동안, 24일을 히말라야에 있었습니다. 안나푸르나 푼힐 트레킹을 끝낸 후 쿰부 트레킹을 하였습니다. 한 장의 사진이 삶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15년 전, ‘페와 호수와 설산이 어우러진’ 사진을 보는 순간 ‘내가 가야 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1년부터 2년 주기로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고 있으며 이번이 여덟 번째입니다.

     

“너는 왜 히말라야에 가니?”  

“잘 모르겠어. 그냥, ‘끌림’ 때문에!”


     



연어의 회귀처럼 히말라야를 찾고 있지만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유일한 대답은 ‘끌림’입니다. 티베트의 성자 밀레라빠(Milarepa.1052~1135)는 “여행을 떠나는 것만으로도 깨달음의 반은 성취한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히말라야로 떠났습니다. 무지한 저는 히말라야를 걷지만 깨달음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일상생활이 권태롭고 짜증이 날 무렵이면 히말라야가 생각납니다.

     

‘이것이 끌림이겠지요.’ 

     

이제 트레킹은 끝났지만 삶이라는 또 다른 히말라야로 복귀합니다. 삶의 순간순간이 순례이며 여행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을 하고 밤늦게까지 근무하며 아옹다옹 세상과 다투며 살아가는 삶으로의 여행은 또 다른 히말라야를 오르는 것입니다. 고달프고 팍팍한 생활이지만 한 걸음 한 걸음 걷다보며 삶이라는 또 다른 히말라야에 오를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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