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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슴뿔 Jul 29. 2023

16. 영도 아파트 대탐험 지도 by 아파트에 미친 자

나의 영도 정착기

 세탁기가 고장이 났다. 중고로 사긴 했지만 세탁기가 고장이 나는 물건이라는 인식자체가 없었던 나에게는 꽤 충격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겠다.

 갑자기 바닷가 집은 습기 때문에 전자기기가 고장 나고 장비가 녹슬고 차도 금방 못쓰게 된다는 댓글이 떠올랐다. 아름다운 바다뷰와 한적한 동네 풍경을 바라보며 정신승리하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 바다 앞에 산다는 건 그리 녹록지가 않다. 제주 시골 구옥에 살아보니 폭풍이 한번 들이닥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폭풍이 지나가기 전까지 모든 생업활동이 멈춘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서울살이에서 날씨는 그저 창밖의 풍경이지만 바닷가에서 날씨는 그날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구옥이 아닌 아파트도 어느 정도 각오를 해야 한다. 해무가 있는 시즌엔 바닥이 금방 축축하고 찐득해지기 때문에 제습기를 꼭 돌려야 하고 휘몰아치는 태풍 소리에 잠을 설치지 않으려면 창호는 좋은 것으로 설치해 놓아야 한다.

 나도 예전엔 정원이 있는 시골집에 대한 낭만이 있었지만 시골집을 비롯 여러 주거형태 거치며 신축아파트 찬양자가 되었고 지금은 도시인들의 시골살이 로망을 들을 때마다 로망파괴를 즐기는 이상한 악취미가 생겼다.


-친구: 나도 나이 들면 바다 보이는 마당 넓은 집에 정원 가꾸며 지내고 싶어.  


-나: 난 그런 집에 다시 살게 되면 마당에 시멘트 부어버릴 거야.  


-친구: 왜?  


-나: 마당이 정글이 되지 않게 하려면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하니까


-친구: 나이 들어선 직업도 없을 텐데 소일거리로 하면 되지.


-나: 할 거면 젊을 때 해봐야 돼. 3일마다 생성되는 정글을 늙어서 감당하려면 고관절 위험하다. 그리고 너 벌레 싫어하잖아. 정원 있으면 벌레가 원래도 많은데 구옥에서 태풍 오면 그 벌레들이 죄다 집 안으로 피신 온다고…  


-친구:  소름..  


-나: 나도 나름 로망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태풍 오는 날 새벽에 화장실 갔다가 까만 천장을 본 뒤로는 그냥 신축 아파트 찬양자가 됐어.  


-친구: 왜? 까만 천장이 뭔데?  


-나: 태풍을 피해 몰려든 바퀴벌레 떼. 몸길이 5센티 대왕바퀴벌레들이었어. 진짜로. 5센티!!!   

 




영도 빨래방의 흔한 풍경

 세탁기가 고장 난 덕에 집 바로 옆에 있는 코인 빨래방을 방문했다. 투덜거리며 갔지만 빨래방의 이 풍경을 보고 있으니 금세 또 마음이 풀어졌다. 낡은 아파트이긴 하지만 제주 구옥에 비하면 여긴 엄청나게 쾌적한 삶이다. 그래 역시 아파트가 최고다.   




 덧,  나의 아파트 찬양론은 태풍에 날아간 복도 창문으로 인해 차가 파손되는 일을 겪고 조금 바뀌었다. 그냥 아파트 말고 벌레 들어올 틈 없고 태풍에도 끄떡없는 새시가 있는 ‘새 아파트’가 최고인 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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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덧, 그래서 둘러본 영도 새 아파트들.

지금 보니 말로만 새아파들이라 하고 실제로는 뷰가 좋은 곳 위주로만 다녔다. 역시 나는 바다뷰를 포기할 수는 없나 보다.


영도 아파트 대탐험 지도





1. 반도보라 아파트

바다뷰가 나오는 동은 101-103동



반도보라 101동
반도보라 101동



그리고 아래는 흰여울길 뷰가 나오는 103동이다.


반도보라 103동 by 호갱노노


















2. 오션라이프 에일린의 뜰

영도의 완전 새삥 아파트. 투명 유리 난간을 사용한 액자뷰가 특징이다.

멀리 보이는 오션라이프 에일린의 뜰
오션라이프 에일린의 뜰 102동 조도가 보이는 풍경
오션라이프 에일린의 뜰 201동 뷰




3. 오션시티 푸르지오


웅장한 오션시티 푸르지오 외관
오션시티 푸르지오 2면창
오션시티 푸르지오 태종대쪽 바다 절벽 뷰




4. 함지그린

이곳은 뭐... 바다 위 떠있는 듯한 절경을 보여주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곳이다.


함지그린 102동
함지그린 에어비앤비로 묵었던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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