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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슴뿔 Jul 31. 2023

18. 할머니가 만드는 아기자기한 마을

나의 영도 정착기

영도생활 그림일기




대한민국 모든 아이들이 줄어드는 지금 혼자 사는 노인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영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할 수 있다. 초등학교 학생수는 점점 줄어들고 얼마 전엔 근처 고등학교도 통폐합한다며 이전을 발표했다. 그래서 영도는 젊은이들이 빠져나가고 노인들만 남은 곳, 게다가 부산 내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라는 인식이 박혀있다. 기초수급자가 주민의 10퍼센트가 넘으니 통계적으로 사실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런 곳은 당연히 지저분하고 초라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것은 크나큰 오해다. 오히려 할머니들이 많이 사는 마을은 골목골목이 아기자기하고 정감 있다.  



부산 영도 신선동 풍경
부산 영도 신선동 풍경
부산 영도 신선동 풍경









편의점 알바를 그만두고 새로 얻은 일은 재택근무였는데 일이 점점 바빠지며 동두천에 있는 본사에 가야 할 일이 종종 생겼다. 영도에서 동두천까지 왕복 900킬로이다. 몇 번 오가다 보니 늙은 개에겐  장거리 이동이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아 나중에는 아예 회사 근처에 단기로 집을 구해버렸다. 그래서 머물게 된 곳이 신산리로 영도만큼이나 할머니들이 많이 살고 있는 평화롭고 조용한 마을이다. 이곳 할머니들도 본인들 집 마당에, 집 밖 담벼락에 구석구석  빼곡히 텃밭을 일구고 화초들을 심고 꽃을 틔워내며 동네를 아기자기하게 만들고 있었다.  할머니들에 비교하자면 나는 이 동네에 쓰레기나 내다 놓으며 더럽히는 한심한 존재라 할 수 있다.



신산리에는 매일 마주칠 정도로 부지런한 폐지 줍는 할머니가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꼭 달라붙어 다니는 개가 한 마리 있다.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것에 비해  할머니의 구르마는 비어있을 때가 더 많아 속상했는데 요즘엔 나라에서 지원하는 복지 일자리에 참여하는지 빈 구루마대신 노란 조끼를 입고 쓰레기를 줍는다. 여전히 꼬질꼬질한 개는 호위하듯 할머니 곁을 바싹 붙어 다녔다.

누가 봐도 한눈에 알아챌 수 있는 개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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