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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슴뿔 Aug 14. 2023

21. 개가 죽었다.

나의 영도 정착기 

 내가 새 일을 시작하자마자 개도 덩달아 잦은 장거리 이동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고생을 했다. 19살의 노견이 견디기엔 무리였는지 점점 쇠약해지다 어느 날 밥을 먹지 않기 시작했다. 개는 10살 때부터 병이 많았기 때문에 나는 꽤 오랫동안 마음의 준비를 했었는데 너무 오래 고통받지 않길 원했기 때문에 밥을 일주일간 먹지 않으면 안락사를 하기로 결심했었다

  마침내 개가 밥을 먹지 않고 누워있은지 꼬박 일주일이 지났고 나는 정해진 대로 병원에 안락사 요청을 하려 했는데... 휴대폰을 든 손이 떨려 잘 눌러지지가 않았다. 진작에 결정한 일이었지만 입원시켜서 수액을 주고 약도 먹이고 하면 더 오래 살 수 있을 거 같아서 너무 빨리 보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했다. 병원에 도착해 안락서 서류를 작성하면서도 마음이 흔들렸다. 이게 과연 옳은 결정일까 혹시 더 살고 싶진 않을까. 

 하지만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와중에 볼일을 보겠다고 낑낑거렸고 바깥에 데리고 나가자 그제야 참았던 일을 해결하는 개를 보고 마음을 굳혔다. 19년을 사는 동안 단 한 번도 대소변 실수를 한 적이 없는 개였다. 이 상태가 된 와중에도 이 개에게는 자기 나름의 지키고 싶은 존엄성이 있는 것 같았다. 병실에 갇힌 채로 똥오줌을 싸는 여생을 보내고 싶지 않을 것이 확실했다.  



반려동물 화장터 더고마워



 그렇게 안락사를 시켰다. 절차는 빠르고 조용하게 진행되었고 인간 화장터보다 더 멋들어진 반려동물 화장터에서 화장을 했고 곱게 포장된 단지에 유골을 담아 돌아왔다. 슬픔과 후회는 짧게 하고 고마운 마음만 남기겠다고 10년을 다짐했는데 막상 닥치니 어쩜 그렇게 모든 것이 후회가 되던지. 쇠약해지는 걸 보면서도 일 핑계로 긴 시간 함께 해주지 못한 것도, 솔직히 귀찮아한 것도, 산책을 많이 거른 것도 그냥 하나부터 열 가지 모두 다.


 집에 돌아오고 나서도 한동안 

나의 성가셔하는 마음을 혹시 알아채진 않았을까, 혹시 더 살고 싶진 않았을까, 신산리에 가지 말았다면, 먼 거리 이동하며 고생시키지  말고 영도 바닷가나 산책하며 평화롭게 지냈더라면 하는 후회를 꽤 오랫동안 계속했다.    




덧, 개를 개라고 부르는 이유

 가끔 개를 왜 개라고 부르는지 강아지 또는 멍뭉이 댕댕이라는 귀여운 말로 바꾸면 어떠한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사실 그런 단어를 쓰지 않는 이유는 그렇게 귀여워하며 키우지 않았기에 귀여운 단어로 부르기 미안해서이다. 오해할까 봐 덧붙이는데 귀여워하진 않았지만 존중했다. 주인에게 종속된 애완동물이 아닌 독립적인 생명체로써 존중했고 그래서 개를 표현할 적당한 말을 아직 찾지 못했다. 




덧덧, 개를 모델로 만든 웹툰 속 개동이 

웹툰 속 개동이 
웹툰 속 개동이 
웹툰 속 개동이
웹툰 속 개동이
웹툰 속 개동이 우리개 잘한다 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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