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도 정착기
돌아갈 결심을 하니 신산리 생활은 금방 정리가 되었다. 바쁜 프로젝트가 끝나고 딱히 시킬 일도 없는데 갈 곳을 잃고 뭉기적거리는 나를 출근 시켜준 고마운 직장에 작별인사를 했다.(직장에서 내 위치는 강아지 콜라 밥주는 사람 정도였지만) 계약기간을 훨씬 넘겨 매달 월세로 연장하던 집도 정리했다. 가끔 도시의 것이 생각 날때 들르던 동두천 시내의 스타벅스도 마지막으로 들렀다.
새끼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이제 백구는 혼자 남았다. 다들 어디로 갔을까. 혹시 어미처럼 짧은 목줄에 매여 지내지는 않을까. 젖이 비어 많이 야윈 채 우두커니 선 백구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 괜히 마음이 심란했다. 골목길을 뒹굴러다니던 강아지들이 없어지고나니 골목 자체가 쓸쓸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어디든 어린 생명체들이 있어야 활기를 되찾는 것 같다.
아기들, 새끼들 그리고 꽃들을 보면 어여쁘고 애달픈 것이 나이가 든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보다.